정규시즌에 막강한 타격을 자랑했던 두산이 1점을 내지 못해 고전했다. 득점권에서의 안타가 나오지 않았고 여기에 운도 조금은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꼬이는 상황에서도 결국 승리를 따냈다. 상대 실책을 등에 업긴 했지만 어쨌든 가장 큰 고비를 넘기며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해 나아갔다.
두산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까지 매 이닝 주자가 나가고도 단 한 명도 생환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기본적으로 NC 마운드가 만만치 않았고 수비도 견고했지만 두산의 타격이 다소 답답한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 승부처에서 뭔가가 꼬이는 상황도 나오며 두산의 발목을 붙잡았다.
더스틴 니퍼트(두산)와 재크 스튜어트(NC)의 비교적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3회 한 차례 변곡점을 맞이했다. 3회 선두 허경민이 깨끗한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상황에서 두산은 김재호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희생번트는 좋았다. 투수 앞으로 비교적 타구를 잘 죽여 갔다. 스튜어트가 2루는 포기하고 1루를 봤다. 그런데 여기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일이 생겼다.
1루로 베이스커버를 가던 박민우가 1루심인 김병주 심판위원과 부딪힌 것. 심판위원은 경기장에서는 돌과 같은 존재다. 공교롭게도 1루심이 거기에 있었고 박민우는 피하지 못했다. 상황이 꼬여 버린 것. 스튜어트가 던질 곳이 없었으니 무사 1,2루가 되는 상황이었다. 두산으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런데 2루 주자 허경민이 3루로 뛰다 아웃돼 NC가 기사회생했다. 당초 허경민은 뛸 생각은 없었으나 강동우 1루 베이스코치의 지시에 따라 3루로 뛰었다. 다만 여기서 착오가 있었다. 박민우가 넘어져 공을 던지지 못한 스튜어트의 글러브에 공이 있었던 것. NC 수비수들의 콜에 따라 스튜어트가 3루에 공을 던져 협살을 유도했다.
두산이 희생번트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최소 1사 2루. 그러나 2루 주자 허경민이 아웃돼 오히려 아웃카운트 하나만 버린 셈이 됐다. 2사 후 오재원의 우전안타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으로서는 선취점의 좋은 기회가 주루사 하나에 날아간 것이다.
5회에도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1사 후 김재호가 투구를 기다리던 도중 타임을 불렀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해 타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타격 자세로 전환해 좌전 안타를 날렸다. 그런데 문승훈 주심은 이미 타임을 선언한 후였고 1루까지 갔던 김재호는 다시 타석에 서야 했다. 두산으로서는 괜히 안타 하나를 도둑맞은 기분이 들 수도 있었다. 김재호는 결국 삼진으로 물러났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2사 후 박건우 오재원이 모두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안타 하나가 모자라 선취점을 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NC의 호수비에 막혀 두산은 7회까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8회에도 만루 기회가 있었는데 김재호의 체크스윙 때 타구가 2루수 앞으로 힘없이 굴렀다. 원하는 공이 아니라 방망이를 빼는 양상이었는데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탄탄한 수비와 마운드의 힘으로 버틴 두산은 연장 11회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선두 허경민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어서는 행운도 따랐다. 김재호의 중견수 뜬공 때 김성욱이 공을 순간적으로 놓치며 중견수 뜬공이 중전안타가 된 것이다. 결국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두산은 이 기회까지는 놓치지 않았다. 만루작전을 펼친 NC를 상대로 오재일이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