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완벽한 투구로 팀을 이끌었다. 다른 구종과 제구도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웠다. 특히 NC 타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높은 쪽 코스의 빠른 공은 참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니퍼트는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기대치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투구 내용으로 에이스다운 위용을 과시했다. 팀의 1-0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니퍼트였다. 이날도 정규시즌 22승 투수다운 명불허전의 투구를 선보였다. 1회부터 5회까지는 단 한 명의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이었다. 6회 선두 김성욱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첫 피출루였다.
푹 쉰 덕에 어깨에는 힘이 넘쳤다. 적극적인 승부로 NC 타자들과 정면 대결을 펼쳤다. 제구가 양옆으로 조금씩 빠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금세 자기 모습을 되찾곤 했다. 3B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거의 실투가 없었다. 슬라이더의 경우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거의 완벽하게 들어가는 공이 적지 않았다.
또한 존에서 공 1~2개 높은 강력한 패스트볼을 뿌렸다. 하이패스트볼의 경우는 구위가 떨어지면 오히려 장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다. 워낙 구위가 좋다보니 공이 홈플레이트까지 살아 들어갔다. NC 타자들이 방망이를 멈추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여기에 때로는 이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들어가기도 하니 NC 타자들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1회부터 155㎞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 니퍼트는 2사 후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1B 상황에서 3개 연속 빠른 공을 던져 파울, 헛스윙, 루킹 삼진을 이끌어냈다. 헛스윙은 높은 쪽 빠른 공이었다. 2회 1사 후 박석민은 초구 높은 빠른 공을 참지 못해 결국 좌익수 뜬공에 머물렀다. 니퍼트의 공이 제대로 살아 들어가고 있었다.
경기 중반이라고 할 수 있는 5회 선두 테임즈 타석 때도 패스트볼이 빛을 발했다. 2B 카운트에서 빠른 공 세 개로 1루 뜬공으로 유도했다. 마지막 5구째 150㎞ 패스트볼이 몸쪽에 약간 높은 공이었는데 테임즈의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투구수가 90개를 넘긴 7회에도 니퍼트의 체력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듯 보였다. 나성범에게 이날 첫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공의 높낮이는 잘 유지됐다. 체력이 떨어지면 공이 날리는 경향이 생길 수 있는데 여전히 힘은 좋았다.
7회까지로 보였지만 니퍼트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두산 벤치가 니퍼트의 구위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결국 니퍼트는 흔들림 없이 8회까지 NC 타선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