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휴식한 더스틴 니퍼트(35, 두산 베어스)의 공은 누구도 공략할 수 없었다.
니퍼트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했다. 김수경의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27⅔이닝)을 갈아치운 그는 3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행진을 이어갔다.
상대 선발 재크 스튜어트가 1회말부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는 물론 자신이 즐겨 던지는 투심, 그리고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까지 여러 구종을 번갈이 구사한 반면 니퍼트는 초반 피칭이 한결같았다. 2회초 선두 에릭 테임즈를 상대로 7구째에 체인지업을 던지기 전까지 그의 공은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구종만 가지고도 그는 초반을 넘길 수 있을 정도였고, 그저 위력적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1회초 2사에 나성범을 루킹 삼진으로 잡은 그의 공은 전광판 기준으로 153km가 찍혔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닝 내내 150km가 넘는 공들이 들어왔다.
1회초 강속구 정면승부는 푹 쉬고 나와 힘이 100% 충전된 니퍼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마운드 위에서 내뿜는 기세부터 타자들을 압도했고,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정작 강속구가 스트라이크존을 뚫을 때는 얼어붙었다.
그렇다고 힘으로만 승부한 것도 아니었다. 3회초 선두 김성욱이 망설이다 체크 스윙해 삼진을 당했던 공은 130km대 중반의 슬라이더였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에 김성욱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2사 김태군 타석에서는 다시 149km의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와 루킹 삼진을 만들어냈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양의지의 예측은 현실이 됐다. 경기 전 그는 “우리 투수들이 그동안 잘 쉬고 잘 준비해왔다. 니퍼트도 그렇다. 개막전에서 평균구속 150km를 찍었는데 오늘도 개막전처럼 던질 것이다”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니퍼트가 마운드 위에서 던진 공은 양의지의 말을 반복한 것과 똑같았다.
구위가 처음 같지 않아진 뒤부터는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구사 비율을 늘리며 살아남았다. 포수 양의지의 리드도 특급이었다. 득점권 위기에서 한 가지 변화구를 끈질기게 던지며 타자가 제대로 타격할 타이밍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빠른 공을 기다리던 타자들은 끝내 포심 패스트볼을 못 보고 범타로 물러났다.
자신의 구위와 포수의 적절한 리드가 결합되자 니퍼트는 난공불락이었다. 총 116구를 던졌지만 그 전에 많이 쉬었다. 팀이 8회말까지 1점도 뽑지 못해 0-0에서 물러나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날 1-0으로 이길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그의 호투가 있었다.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경우 NC는 5차전에서도 그를 만나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또한 그를 극복해야 한다는 큰 과제도 안았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