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는 환상의 배터리가 한국시리즈 1차전을 빛냈다.
두산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와 11회말 터진 끝내기를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첫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선발로 나선 니퍼트는 초반부터 힘 있는 공을 뿌리며 8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했다. 김수경의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이닝 무실점 기록(27⅔이닝)을 갈아치운 그는 34⅓이닝 연속 무실점을 행진을 이어갔다.
이리한 니퍼트의 호투가 가능했던 요인 중 하나는 포수 양의지의 신들린 리드였다. 초반에 힘이 있을 때는 구위로 NC 타자들을 눌렀고, 힘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변화구 비율을 늘리며 위기탈출을 도운 것은 양의지의 몫이었다. NC 타자들의 생각을 계속해서 피해가는 영리한 투수리드였다.
우선 힘이 있는 초반에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로 밀어붙였다. 니퍼트는 1회초 1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변화구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 타자들의 방망이는 따라나오지 못했다. 150km대의 위력적인 공이 계속 미트에 꽂혔다. 첫 변화구는 2회초 선두 에릭 테임즈 타석에서 7구째에 던진 체인지업이었다.
그리고 이닝을 거듭할수록 변화구 구사 비율은 올라갔다. 처음에 하나도 쓰지 않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지만, 양의지는 처음부터 계산에 넣은 듯 중반,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구를 더 적극적으로 써서 구위가 떨어진 니퍼트가 여러 상황들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왔다.
양의지의 선택은 위기에서 더욱 돋보였다. 6회말 2사 2루 이종욱 타석에서는 한 번도 빠른 볼을 던지지 않게 만들며 이종욱의 타격 리듬을 흔들었다. 4구 연속 체인지업만 들어왔고, 이후에도 슬라이더 하나만 섞고 체인지업만으로 2루 땅볼을 유도했다. 7회초 2사 1, 3루 이호준 타석에서는 초구 빠른 볼을 보여줬지만 이후 계속 슬라이더만으로 우익수 플라이 처리했다.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덕분에 2B의 불리한 볼카운트를 극복할 수 있었다.
니퍼트는 5차전이 되어야 다시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NC도 4차전까지는 니퍼트를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양의지는 매일 나올 수 있는 포수다. ‘판타스틱 4’ 중에 누가 등판하더라도 양의지가 마스크를 쓰면 NC로서는 골치가 아플 일이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