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잃어버린 10초’ 현장에서 아무도 몰랐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0.29 10: 14

프로농구 코트에서 10초가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8일 안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17 KCC 프로농구 1라운드서 이정현의 위닝샷에 힘입어 인천 전자랜드를 87-86으로 물리쳤다. 2승 1패가 된 인삼공사는 단독 4위가 됐다. 전자랜드(1승 1패)는 LG와 함께 공동 5위로 밀렸다. 
경기는 종료 13.2초를 남기고 터진 이정현의 역전슛으로 마무리됐다. 친정팀을 방문한 박찬희가 4쿼터 막판 역전슛을 넣는 등 명승부로 기억될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 중 치명적 운영상의 오류가 발생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무도 모르고 지나갔다. 

4쿼터 종료 5분 34초를 남기고 전자랜드의 수비자 파울로 KGC인삼공사에게 계속 공격권이 주어졌다. 24초 계시기는 14초가 부여됐다. 계속 KGC가 공격하면서 공격제한시간 계시기(샷클락)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하지만 잔여시간 계시기(게임클락)는 멈췄다. 기록원의 실수였다. 
약 10.6초가 흐른 뒤 이정현이 3점슛을 시도해 공이 림에 맞고 튀었다. KGC가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샷클락은 14초로 환원됐다. 공이 림에 맞음과 동시에 그제야 게임클락이 제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경기가 10초 이상 더 진행돼 KGC가 한 번의 공격기회를 더 가진 셈이다. 경기가 겨우 한 점 차 승부로 갈렸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운영상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것. 
경기를 생중계로 시청한 농구팬들은 이 오류를 바로 인지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기가 너무 자연스럽게 흘렀고, KGC가 계속 공격권을 소유했기 때문. 10초라는 시간 안에 상황파악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세 명의 심판(박경진, 김태환, 이태희)과 정태균 경기감독관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잡을 의무가 있었다. 사건발생 후에도 경기시간은 조정 없이 진행됐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정태균 경기감독관도 문제가 없다며 기록지에 사인을 했다. 
기자도 현장에 있었다. 경기 후 치러진 공식인터뷰에서도 이를 언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단관계자들도 다음 날까지 사건발생 사실을 몰랐다. 
KBL은 모든 경기를 꼼꼼하게 분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경기분석원이 분석에 들어가 새벽까지 작업을 한다. KBL 관계자는 “상황을 보고 받았다. 오류가 맞다. 심판들은 경기시간을 확인하고 경기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 당사자들을 엄중처벌할 것”이라고 답했다. 
KGC 관계자는 “기록원의 실수 같다. 기록원도 KBL이 파견하기 때문에 KGC에 일부러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답했다. 전자랜드 관계자 역시 “상황파악을 한 뒤 이의를 제기할 것인지 결정하겠다”며 사태파악에 나섰다.
KBL은 2002-03시즌 오리온과 TG삼보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이른바 ‘잃어버린 15초’ 사건을 겪었다. 종료 1분 16초를 남기고 계시기가 15초 동안 가지 않은 것. 6점을 앞서던 오리온은 막판 데이비드 잭슨에게 동점 3점슛을 맞고, 연장전서 97-98로 졌다. 오리온은 2승 4패로 우승을 내줬다. 당시 KBL이 오류를 인정해 재경기를 승인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대승적 차원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 시즌 2월 16일 KCC 대 오리온의 경기서도 24초 동안 계시기가 멈추는 사건이 있었다. 경기는 종료 1.5초전 터진 전태풍의 역전 3점슛으로 끝났다. 하지만 계시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두 팀은 69-69 동점으로 연장전에 가는 것이 맞았다. 결국 오리온측에서 이의를 제기했고, 해당 기록원과 심판 등이 징계를 받았다. 
KBL은 이번 시즌 소수점까지 표기할 수 있는 신형 24초 계시기를 전격 도입해 더욱 정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디오판독도 강화했다. 이런 시점에서 나온 운영상 오류는 더욱 아쉽다. 비록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했더라도 경기 중 10초 이상을 그냥 흘려보낸 것은 치명적 잘못이다. KBL이 이 문제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중계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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