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국시리즈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29일부터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벌인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만난 양 팀의 희비는 엇갈렸다. 3차전까지 1승 2패의 열세를 뒤집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까지 맛봤고, NC는 쓸쓸하게 가을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두산이 기다렸고, NC가 올라와서 만난다. 두산은 최강의 전력을 갖췄지만, NC 역시 탄탄하다. 누구든 전승 우승은 불가능하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100% 충전된 니퍼트의 무서움, ‘나테이박’의 도전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를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당연한 결정이다. 정규시즌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올린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가을에 주는 위압감은 더욱 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한 그는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NC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 역시 니퍼트다.
지난해 가을 누구도 니퍼트를 공략하지 못한 이유는 그가 100% 충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골반 통증, 어깨 출동 증후군, 서혜부 통증으로 3개월이나 쉬며 6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전화위복으로 이때 제대로 쉰 것이 포스트시즌 호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미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들이 큰 경기에서 지친 기색을 보이는 일이 자주 있지만, 니퍼트는 그 반대였다. 마치 개막전에서 던지듯 쌩쌩했다.
이번에도 두산은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정규시즌 우승을 일찌감치 결정해 충분한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피칭은 8일 잠실 LG전(2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 비자책) 구원 등판이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소프트뱅크 2군과의 연습경기에 나서기는 했지만 부담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피로감은 없다. 당시 기록은 5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
NC의 1차전 선발인 재크 스튜어트는 니퍼트만큼의 무게감은 아니다. 하지만 스튜어트 역시 가을 사나이다.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⅓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9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하고 완투승을 거뒀다. 22일에 던진 뒤 6일을 쉬었기에 휴식도 충분했다. 본인이 가진 기량만 보여주면 승산은 분명 있다.
▲ 막상막하, 스타일 다른 두 강타선
팀 공격 부문에서는 두산이 NC에 근소한 우위를 보인다. 팀 타율 1위 두산(.298)은 NC(.291)보다 조금 더 정교했다.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 앞서 OPS(.851)에서도 NC(.825)보다 좋다. 또한 884삼진을 당해 1023삼진의 NC보다 타석에서 더 까다로웠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183홈런으로 리그 1위인 두산은 NC(169홈런)보다 파워가 넘쳤다. NC가 유일하게 앞서는 것은 도루다. 베이스를 99차례 훔쳤고, 두산은 85회에 그쳤다.
타선의 스타일은 약간 다르다. 두산은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1번 박건우가 20홈런을 날렸을 정도로 두산의 장타는 어느 순서에 나올지 모른다. 또한 어디서든 찬스를 만들고 해결한다. 9번 김재호의 출루율이 3할8푼9리일 정도다.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도 있어 78타점이나 올렸다. 20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가 5명인 두산은 1~2명의 힘에 의존하지 않는다.
반면 NC는 ‘나테이박’이 버티는 중심타선에 화력이 집중되어 있다. 이들 앞에 주자를 놓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주자를 쌓아놓기만 하면 이들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두산이 해결사형 테이블 세터를 가진 것과 달리 NC의 테이블 세터는 발 빠른 찬스 메이커들이다. 한 마디로 중심타선을 위한 구성. 하위타선의 공격력은 두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 닉 에반스가 7번에 배치될 수 있을 정도로 토종 타자들이 강하다.
▲ 불펜은 NC 우위, 변수는 군 제대선수
NC의 불펜 피로도가 두산보다는 높겠지만, 플레이오프 4차전 후 3일을 쉬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됐다고 봐도 된다. 또한 전체적인 불펜의 힘 자체는 NC가 앞선다. 다만 두산은 군에서 복귀한 이용찬, 홍상삼의 활약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 전적 역시 좋다. 마무리 임창민은 두산전에서 7⅔이닝 동안 3실점했지만 자책점은 1점밖에 없다. 원종현의 경우 11⅔이닝 1실점했고, 피안타율 5푼6리로 압도적이었다. 김진성 역시 12⅓이닝 1실점, 피안타율 9푼8리로 두산 타선을 무력화했다. 선발 중에는 두산을 확실히 틀어막았다고 볼 수 있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지만, 불펜 싸움에서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두산은 양적으론 풍부하지만, 확실한 마무리 1명이 없어 더블 스토퍼 체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니퍼트를 비롯한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책임진다면 선발이 버티는 동안 타선의 힘으로 승기를 가져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