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차두리, "슈틸리케호 소통과 자신감 회복 돕겠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6.10.27 15: 07

 "슈틸리케호 소통과 자신감 회복 돕겠다."
축구 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선임된 차두리(36)가 관련 소감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오전 "전 국가대표 선수 차두리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활동 기간은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일부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다. 기간 연장 여부는 최종예선이 끝난 이후 재차 협의에 들어간다.
차두리는 이날 오후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석해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차두리는 "감독님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수 간의 소통을 돕겠다"면서 "이란전 패배 이후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차두리와 일문일답.
-소감.
▲대표팀은 나에게 선수 때부터 특별하고 소중했던 곳이다. 대표팀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주신 감독님, 기술위원장 이하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대표팀 상황이 어려운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목표는 러시아 월드컵게 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든 걸 쏟아부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함께 해왔던 후배들이다. 대회를 같이 치르고 무엇을 걱정하고 힘들어하는지 소통을 해오면서 잘 알고 있다. 마음의 짐을 덜어줬으면 좋겠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능력 있는 이들이다. 아시아에서는 그 어떤 팀에도 겁을 먹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능력이 있어도 자신감이 떨어지면 팀으로 무언갈 이루기가 힘들다. 나도 경험해본 것이다. 선수들이 불안하고 위축돼 있다. 뛰어난 능력을 운동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절대 이전에 보여왔던 아쉬운 경기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자신의 가치와 경기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감독에게 직언이나 고언도 해야 할 텐데.
▲대표팀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분들이 많다. 대표팀 안에 있는 안좋은 것들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팀이 어려울 때면 항상 그렇다. 분명한 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경기력, 감독님의 발언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자세가 밸런스가 안 맞는 건 사실이다.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조금은 프로가 되어야 한다. 순간은 기분이 나쁘기도 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경기력이 안좋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대표 선수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극이 되고 잘하려고 해야 한다. 대표팀은 2주 있다 집에 가는 곳이 아니다. 돈은 소속팀에서 많이 번다. 대표팀은 마음을 다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지금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A자격증이 없는데.
▲지금 대표팀은 그 어떤 전술과 전력 분석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표팀을 위해 모든 걸 쏟는 게 먼저다. 그 다음에 전술을 논하고 상대 공략법을 얘기할 수 있다. 지금은 이란전 패배와 그 이전 일들로 선수들이 불안해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다. 분석도 분석이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경험 있는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 부분부터 만들어 나가겠다. 이후 의논을 해서 좋은 전략을 짤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전략과 전술보다는 자신감 회복이 먼저다. 자격증은 계속 다시 따야 한다. B는 땄고, 내년에 A자격증을 딸 계획이다. 감독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지만 A자격증까지는 딸 것이다. 그 이후는 지켜봐야 한다.
-슈틸리케.
▲은퇴 이후에도 항상 만나왔다. 사석에서도 밥을 먹고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란전 이후에도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이 겪었던 일을 아들로서 1998년 월드컵에 비슷하게 겪었다. 축구경기 지고 나서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죄인처럼 내몰아졌던 아버지의 아들로서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슈틸리케 감독이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겪는 심정을 잘 안다. 축구 감독이 참 힘들다. 매주 감독이 겪는 정신적 고통들을 아버지 등을 통해 봐왔다. 어려움을 이겨내야 큰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감독님 옆에서 도와드려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 들어온 결정적 이유.
▲국가대표팀은 항상 나에겐 너무너무 소중하고 아끼는 곳이다. 대표팀을 위해 뛸 수 있었다는 건 영광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경기를 끝내고 단 한 번도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자격증을 따고 깊게 배우고, 시스템을 배운 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운동장서 박수 받고 경기 이기고 지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 이란전 패배 이후 선수들과 얘기를 나누고 전화통화도 했다. 그날 처음으로 내가 은퇴를 너무 빨리 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후배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후배들이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더 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를 처음으로 했다. 그만큼 돈도, 명예도 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후배들과 하나가 되어서 무언갈 이루려고 하려는 목표와 힘을 합치고 도우는 건 정말 큰 행복이었다. 그 때 축구협회서 합류를 해 달라고 거짓말처럼 전화가 왔다.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도움이 된다는 게 고마웠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대표팀 마지막에 너무 큰 선물을 줬다. 사랑하는 후배들도 열심히 뛰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잘못되더라도 하고 싶었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판단했다.  
-지도자로서 첫발인데 부담스럽지는 않나.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어 전술적으로 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이 많다. 감독님 이하 경험 많은 코칭스태프가 있다. 내가 전술에 대해 말할 입장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내 역할을 할 것이다. 나보다 코치 경험이 많은 신태용 코치님보다 다른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나도 나름 많은 것을 보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각자 역할을 잘해주고 의견을 나누다보면 조금 더 강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모든 단체가 그렇듯 잘 안되면 리더가 책임을 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아버지도 그래왔고, 많은 감독들이 그랬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이기 이전에 슈틸리케 감독도 사람이다. 지금 이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모든 것들을 감당하는 건 힘들 수 있다. 틀이 안 맞는 건 사실이다. 경기장 안에서 드러났다. 숨길 수도 없다. 팀을 떠났기 때문에 정확히 말할 수 없다. 알고 있더라도 말을 안할 것이다. 팀 안에서 대화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 결국 운동장 안에서 평가를 받는다. 내가 합류한 뒤 캐나다전부터 발전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한 번쯤은 모두가 자기 코를 잡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 대표팀은 어떤 곳이며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지 선수들도 생각을 해야 한다.
-중국화 표현은 실체 있는 얘기인가. 선수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끼치는가.
▲양면성이 있다. 선수 입장으로서 얘기를 한다면 기분 나쁘다. 축구를 전혀 안했던 지금 선수들이 겪고 있는 부담감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이해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모든 걸 경험했던 선배가 조금은 조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민해지면 받아들이는 게 평소와 달라진다. 어린 선수들은 기분 나쁠 수도 있다. 화날 수도 있다. 홍정호가 퇴장을 당하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다. 중국에 가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인정을 받고 꾸준히 경기력을 보여줘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이다.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민감하게 반응을 안했으면 좋겠다. 귀를 닫고 팀으로서 해야 할 일만 집중하고 경기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통과 자신감 회복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과 해결책은.
▲소통은 대표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체의 문제다. 학교에선 선배가 무섭고, 회사에서는 상사가 무서워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자라왔을 것이다. 독일과는 다르게 한국은 내 생각을 완벽하게 말을 할 수 없다. 독일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다. 해결책은 아직 모르겠다. 감독님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해본 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나.
▲누가 잘못을 했든 팀 내에서 모든 게 해결이 되어야 한다. 밖에서는 수없이 많은 기사가 나오는 건 전혀 상관이 없다. 내가 팀에 다시 들어가서 소집이 됐을 때는 우리가 해야 할 일만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눠 결국은 이겨서 러시아 월드컵에 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우린 팀이다. 팀 안에서 해결한 뒤 평가는 운동장 안에서 받겠다. 귀를 닫고 마음으로 대표팀에서 뛰어줬으면 좋겠다./dolyng@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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