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이후로 연기한다고 했다구요? 그럼 11월까지 넘어가네요."
NC 구단은 26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승부조작 수사 발표를 한국시리즈 이후로 연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분위기였다.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학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무혐의로 밝혀진다면 한국시리즈 출장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발표 연기로 인해 무산됐다. 경찰은 "추가 보강 수사가 필요해 부득이하게 미루게 됐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이재학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면서 한국시리즈 엔트리까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계획대로 종료되지 않을 것을 내다본 것.
수사 발표가 계속 미뤄지면서 중요한 시점마다 경찰측으로부터 승부조작과 관련한 정보(기사)가 흘러나와 NC측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피해의식까지 생기고 있다.
한 관계자는 "빨리 수사 결과가 나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달게 벌을 받고, 없다면 의혹을 깨끗하게 털고 가고 싶다"고 했다.
NC 구단은 이재학의 결백을 믿고 있다. 그럼에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것은 포스트시즌이 다가오면서 '마녀사냥'식의 비난 여론이 너무 거세졌고, 이로 인한 이재학의 심리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재학은 청백전에 출장하면서 출전을 준비해왔지만,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이태일 대표이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마지막까지 고심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7월 중순 창원지검이 이태양(NC)의 승부조작(2015년 경기) 사실을 밝혀냈고, 이후 7월말 유창식(KIA)이 승부조작(2014년 경기)을 자진신고하면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재수사에 들어갔다.
당초 리우올림픽 기간에 수사를 마무리해서 올림픽이 끝난 8월말 발표를 언급했다. 그러다 9월 추석 이후로 시간이 미뤄졌다. 경찰 측은 "보강 수사가 필요하고, 승부조작 외의 다른 사건도 있기에 시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NC에서 뛰다 팀을 옮긴 이성민(롯데)을 참고인 조사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조사하면서 사건이 새국면으로 들어갔다. 10월초 NC 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10월말 최종 발표를 거의 기정사실화했다가, 다시 한국시리즈 이후로 연기됐다.
NC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이재학을 제외시키면서 수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판단한다는 원칙이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재학의 엔트리 제외로 선수단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서로 다독이고 위기를 기회 삼아 선수단이 똘똘 뭉쳐 플레이오프를 잘 치렀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마찬가지 자세다. /orange@osen.co.kr
[사진] 김경문 감독의 제안으로 덕아웃 뒤에 마련한 화이트보드.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