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버스를 막았다. 치열했던 90분의 경기를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려는 선수들을 막아섰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생긴 일이다. 불만 가득한 팬들을 위해 감독 혹은 구단 수뇌부가 나와서 사과를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모양새다. 도대체 왜 막는 것일까. 그리고 막을 이유가 있을까.
지난 26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FA컵 준결승이 끝난 뒤 울산 서포터스들은 울산 구단버스를 막아섰다. 올 시즌 2번째로 벌어진 일이다. 포항 스틸러스 원정 경기서 0-4로 패한 뒤 울산팬들은 떠나려는 구단 버스를 막았다. 윤정환 감독이 내려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자 팬들은 떠났다.
다시 똑같은 일이 발생했다. 패배를 비롯해 여러가지에 대한 불만이다. 물론 올 시즌 울산팬들만 구단 버스를 막은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22일 홈에서 광주에 0-1로 패했던 인천도 팬들이 구단 버스를 막았다. 그리고 수원 삼성도 울산 원정 경기서 1-2로 패한 뒤 수원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았다. 그리고 수원팬들은 홈에서도 버스를 막았다. 패배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러나 크게 이해하기 힘들다. 버스를 막는다고 해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포터스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들을 이유는 분명하게 없다. 더 속이 아픈 이들은 감독과 선수 그리고 구단이기 때문이다.
많은 준비를 하고 열심히 뛰었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수 있다. 패배로 인해 아쉬움이 큰 상황에서 팬들마저 불만을 표출한다면 버스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선수들의 마음은 더욱 불편하다.
애석한 일은 구단의 지원을 받는 이들도 있다는 점이다. 울산의 홈페이지에는 원정 응원단 모집하는 코너가 있다.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입장권과 왕복버스 그리고 생수가 제공된다. 울산 뿐만 아니라 많은 구단에서 원정 응원 버스를 운영한다.
대부분의 구단은 절반 가량의 금액을 지원한다. 물론 구단의 지원에 불만은 갖는 이들은 원정 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직접 원정 응원을 떠난다.
따라서 구단의 지원까지 받으면서 응원을 하지 않겠다거나 혹은 버스를 막고 선수단에 불쾌감을 표출할 일은 비상식적이다.
경기장에서 영원한 응원을 약속했던 이들이 갑작스러운 배신을 하면 안타까움이 큰 것은 구단과 선수들이다. 설상가상 경기장 방문을 인질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울산의 경우에는 현장에 없었지만 인천과 수원의 홈에서는 팬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당시 "이런식이면 경기장 못옵니다"라며 본말전도된 모습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축구와 연고지 혹은 다른 이유로 경기장을 찾는다면 응원을 즐기고 승패에 대한 희비도 함께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패배에 대해 모두 선수들과 구단에게 문제로 삼는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축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 스포츠 종목에서 팬들은 패배가 이어져 성적이 좋지 않다면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야구 최하위를 기록한 kt를 응원하는 한 팬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올 시즌 kt의 144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지켜본 그는 인터뷰서 "가슴 아프지만 올해도 꼴찌다. 그러나 어느 한 경기 소홀히 한 선수는 없었다. 결과는 맨 뒤지만 과정은 어느 팀에 뒤지지 않았다. 내년에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화가나서 일탈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선수들을 막아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해결책은 함께 고민해야 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