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전 이후 상황에 따라 선발투수도 불펜 활용
이용찬-이현승은 승부처 오면 언제든 투입 가능
두산 베어스 마운드의 그림이 거의 완성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료만 공개됐지만, 김태형 감독은 자체 청백전을 앞두고 레시피까지 숨김없이 꺼내놓았다.
두산은 지난 26일 잠실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했다. 8이닝 동안 진행된 경기에서 두산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갈 투수 대부분이 다 나왔다. 한국시리즈 3, 4차전 선발인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을 필두로 불펜투수들도 저마다 선을 보였다.
청백전 직전에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투수를 12명 넣겠다는 사실을 확고히 했다. 우선 1, 2차전에 선발 등판할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포함 4명의 선발 요원이 있고, 불펜에 8명이 들어간다. 불펜투수 7명(윤명준, 진야곱, 이용찬, 김강률, 김성배, 홍상삼, 이현승)은 청백전 출전을 통해 자신들이 비어있는 8개의 자리에 들어갈 것임을 암시했다. 한 자리의 주인은 확실히 나타나지 않았으나 짐작되는 인물이 있다.
지난 시즌과의 차이는 불펜 에이스 유무다. 지난해에는 이현승이라는 절대적인 마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이현승은 1년 전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김 감독은 “지난해보다는 불펜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한다. 정재훈이 없는 가운데서도 양적으로는 훨씬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김성배를 영입했고, 9월에는 홍상삼과 이용찬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김 감독이 단기전에서 승부수를 던질 줄 안다는 것은 2015 포스트시즌을 통해 증명됐다. 단기전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똑같다. “항상 결과론이지만, (고비가 오면) 제일 잘 하는 선수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마무리를 경기 후반에 고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이현승을 7회에 투입한 바 있는 김 감독은 “(더블 스토퍼인) 이용찬과 이현승이 6, 7회에도 나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강한 투수가 나가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위기를 넘겨준 뒤 7, 8회에 타선이 추가점을 뽑아준다면 그 이후에는 여유 있는 상황이 되어 누가 나오더라도 어렵지 않게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다.
선발투수를 구원으로 내보내는 것도 한국시리즈에서 활용 가능한 운용방안이다.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보내 쓸 수도 있다고 귀띔한 김 감독은 “그렇다면 4차전 이후엔 누가 선발투수가 될지 알 수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외국인 둘(니퍼트, 보우덴)은 불펜으로도 괜찮을 스타일이다”라는 말로 힌트를 줬다.
김 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이용찬, 이현승은 5회 이후 선발이 흔들리면 언제든 불펜 문을 열고 그라운드로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1~3차전 선발인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이 5~7차전에도 선발로 출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선발진을 유동적으로 배치하며 경기 중반 승부처에서 가지고 있는 제일 센 카드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산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