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수다②]신원호 "배우들 다 잘 됐는데 '응팔' 저주?"(창간 12주년 특집)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0.27 09: 15

tvN '응답하라' 시리즈엔 슬픈 전설이 있다. 출연만 했다 하면 배우들 대다수 '빵' 뜨지만 차기작에서는 그 정도로 빛을 보지 못했다는 '응답 저주'다. 배우들로서는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이지만 뒷이야기 좋아하는 이들은 자주 입에 올리는 단어다. 
◆"배우들 다 잘 됐는데 저주가 맞을까요?"
하지만 '응팔' 만큼은 이를 비켜갔다. 지난 1월 종영 후 류준열, 박보검, 혜리, 고경표, 이동휘, 안재홍 등은 더 높이 날아올랐고 라미란, 김선영, 류재명, 최무성 등 중견배우들도 재발견됐다. 그럼에도 신원호 PD는 "'응답 저주'라는 표현이 재밌을 뿐이다"며 웃었다. 

"있을 필요도 없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저 재밌는 표현인 것 같아요. 대중문화계에선 속살이나 뒷이야기들이 많을 수록 재밌으니까요.  우리 작품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봐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친구들도 없고요. 서인국, 정은지를 비롯해 '응칠', '응사', '응팔' 친구들 다 잘하고 있잖아요. 통산 타율로 따지면 3할의 논리죠. 한 번 조금 삐끗했다 해도 두 번은 더 지켜봐야죠. 다들 '응답' 이후에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맡았자나요. 그런데도 저주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성동일 수상, 가장 뿌듯해"
'응팔'은 지난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tvN10 어워즈에서 콘텐츠 드라마 부분 대상을 차지했다. 이 때 신원호 PD는 "'응칠'이 있었기 때문에 '응사'가 있었고 '응사'가 있었으니 '응팔'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그래서 상도 전 시리즈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함께 받았다. 
"대상요? 솔직히 예상했죠. '응답' 시리즈이긴 하지만 다 별도의 드라마인데 '응답'으로가 아닌 '응팔'로 대상을, 따로 취급해 주니까 더 좋았고요. 최근에 방영했고 시청률 숫자가 좋아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응답' 배우들 다 같이 무대에 섰는데 성동일 덕분이에요. 대상 호명 전부터 '응칠', '응사' 배우들에게 다 올라가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들 축하 받는 자리에 같이 서 있으니 흐뭇했죠. 개인적으로 성동일이 스페셜 연기상을 받았는데 가장 뿌듯했어요. '개딸들' 혜리와 은지 둘이 나가서 축하해줬잖아요. 더 큰 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그림은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뒤풀이도 전 배우가 함께 즐겼다. "성동일 이하 다 모여"라고 신원호 PD가 총대를 멘 것. 시리즈로 묶였지만 각자 다른 드라마라 배우들끼리 서먹하면 어쩌나 싶었던 그의 걱정과 달리 '응답'으로 뭉친 연기자들 모두 화기애애하게 술자리를 즐겼단다. 
"'응답'이라는 한 가두리로 보이지만 시리즈별로 다 다른 드라마잖아요. 서로 잘 모를 텐데 다 같이 모여 있으니까 뿌듯하고 흐뭇하더라고요. 시작과 성장을 같이 한 친구들이니까요. 그 자리가 금방 파할 줄 알았는데 아침까지 마시고 놀았답니다. 김성균이 은지원한테 와서 '형님 저 팬입니다' 하면서 술잔을 들고 왔을 때 정말 놀라웠어요. 말도 안 되는 투샷이니까요(웃음)." 
◆"정환의 결핍은 첫사랑, 원래부터 덕선이 남편은 택이"
'응답' 시리즈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여주인공의 남편을 추리해 가는 묘미다. '응칠' 때엔 서인국이 '응사' 때엔 정우가 그 주인공. '응팔' 때엔 특히나 두 캐릭터를 두고 시청자들이 팽팽하게 갈렸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을 정도로 류준열이 연기한 김정환이 초반에는 유력했지만 결말은 박보검의 최택이 승리했다. 
"매력 있고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를 캐스팅하지만 100% 확신할 수 없잖아요. '응사' 때 쓰레기(정우 역)가 매력이 없었다면 남편을 바꿔야 하는 거고요. 우린 언제나 늘 열어 두죠. 택이도 정환이도 큰 사랑을 받았지만 박보검을 보면서 플랜A로 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6회에 택이가 덕선(혜리 분)에게 "우리 영화 보자"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반응이 터지는 게 주효했어요. 여성 시청자들에게 최택이 남자로 다가가야 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신이 터졌잖아요. 그래서 택이가 남편인 걸로 그대로 갔죠."
"'응팔' 속 캐릭터 모두가 주인공이에요. 각자의 에피소드와 히스토리가 있으니까요. 멜로 부분에서 해피 엔딩을 맞은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다들 생각하는데 저희는 달라요. 정환이도, 택이도, 선우도 모두가 주인공이죠. 애정을 갖고 만든 캐릭터니까요."
그럼에도 일부 팬들은 덕선과 정환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많이 실망했다. 초반에는 마치 정환이 남편인 것처럼 확신을 줬다가 막판에 택이로 급히 수정한 것 같다는 배신감(?)이었다. 하지만 신원호 PD의 설명을 들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캐릭터 모두 결핍이 있어요. 선우는 아빠가 없고 택이는 엄마가 없죠. 동룡이는 화목한 집안 공기가 없고 덕선이는 가난하고요. 반면 정환이는 복권이 당첨되면서 결핍이 사라졌어요. 이상적인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정환의 결핍은 사랑이었어요. 정환이를 주인공으로 봤을 때는 가슴 아픈 첫사랑 이야기가 되고 택이를 주로 보면 순수한 아이의 사랑 만들기가 되죠. '응칠', '응사', '응팔' 모두 감정이입을 다양하게 해주셨으면 해요."
"한편으로는 정환을 연기한 류준열이라는 배우가 대단한 거라 싶어요. 정환을 너무 매력적으로 그린 거죠. 초반에 덕선이 피켓걸 하면서 동네 사람들 모두 TV로 흐뭇하게 보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정환도 무심하게 씩 웃거든요. 정말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회가 거의 정환의 이야기로 도배된 것처럼 나왔어요. '일찍 다녀' 대사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회는 가족 이야기고 엄마에 대한 마음을 그렸는데 정환의 대사와 눈빛 때문에 시청자분들이 이전 이야기를 잊어버리게 된 거죠. '어남류'라는 말까지 나온 걸 보면요."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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