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업계에서 오랜시간 예견됐던 사건이 현실이 됐다. 바로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폐지와 함께 5개 프로게임단도 동시에 문을 닫았다. SK텔레콤 KT CJ 삼성 등 대기업 프로게임단과 비기업 팀이지만 꾸준하게 리그가 참여했던 MVP 스타2 프로게임단이 프로리그와 그 운명을 함께 했다. 차기년도에 운영을 발표한 진에어 그린윙스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아프리카 프릭스가 있지만 사실상 스타2 프로게이머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스타2 프로게이머들은 저마다 자기들의 앞 길을 열기 위해 생존경쟁을 시작했다.
화두는 과연 선수들과 감독 코치 등 스태프들의 '선택'이다. 2016시즌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3라운드를 기준으로 등록된 선수들의 숫자는 KT 7명, 삼성 8명, SK텔레콤 9명, CJ 6명, 진에어 7명, MVP 9명, 아프리카 프릭스 10명 등 총 56명이다. 스타2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나이는 22.48세. 불과 5년전 평균나이가 20세 미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선택의 길은 더욱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노장급 선수들은 군 문제를 더 미루기 힘들어졌다.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던 삼성 송병구(28) 아프리카 최지성(28) 이원표(26)는 군 입대를 고려하고 있다.
강민수 처럼 SNS를 통해 차기년도에 스타2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밝힌 선수들도 있다. 강민수는 "5년 동안 삼성 소속으로 있으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슬프지만 내년에도 계속 게이머생활 할꺼니까 많이 응원 해주시기 바랍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신형 어윤수 처럼 차기년도에도 스타2 개인리그 참가를 희망한 선수들은 아프리카TV에서 개인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방송을 시작한 기존 인터넷BJ와 달리 이들은 들어갈 팀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등이 떠밀린 격. 이신형의 경우 방송 첫 날은 2000명이 넘는 시청인원이 몰렸지만 평균적으로 800명~1000명 사이를 오가고 있다.
프로게임단서 오랜 기간 코치를 했던 관계자 A는 "차기년도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신형이나 (어)윤수처럼 스타2에서 정상급 선수들도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답답한 심정으로 블리자드 코리아에 문의도 해봤는데 '기다려달라'는 말이나 '아직 모르겠다'는 말만 돌아왔다"면서 "대체적인 윤곽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작게는 10명 내외 많아도 20명 내외의 선수들이 스타2 개인리그에 참가할 거 같다고 생각된다"고 내년 시즌 활동한 선수들의 숫자를 예상했다.
이미 종목을 변경한 선수들도 있다. SK텔레콤 김명식의 경우 오버워치로 전향을 결정했다. 아마선수들로 구성되어 아직 SK텔레콤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상황. 팀의 궤도에 오르지 않을 경우 다른 진로도 모색하고 있냐는 질문에 김명식은 "지금은 오버워치를 열심히 해서 대회에 나가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이신형과 어윤수에 못지 않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들도 종목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 대회 '지역락' 해제 이슈가 나오고 있지만 개인리그가 현 구조 이하로 유지가 어려울 경우, 다른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속은 다르지만 개인리그가 열릴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절친 김도우와 김대엽는 최근 오버워치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연습에 몰두 하고있다.
김도우는 "최근에 오버워치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 즐기는 수준이다. 진로를 확실하게 정한 건 없다"며 빠르면 올 말, 내년 3월말까지 열려있는 연습실을 최대한 활용해서 진로를 결정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태프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관계자 B는 "다각적으로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LOL은 국내 팀들의 자리가 잡힌 상황이라 중국이나 북미 등 해외지역도 생각하고 있다. 가장 바라는 점은 기업팀들이 오버워치를 시작하면 스태프로 합류하는 건데 최근 분위기를 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 같아,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모두의 앞 날이 어떤 식으로 풀릴 지는 모르지만 몇 년간 꾸준하게 공을 들였던 선택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생존 경쟁을 시작한 스타2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빠르게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