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리플레이] NC의 노림수, LG 배터리의 공 3개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10.26 05: 55

2016시즌 플레이오프는 NC가 3승1패로 승자가 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올라온 LG는 플레이오프에서 멈췄다.
플레이오프에서 NC 승리에 결정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1차전 9회말 이호준의 동점타, 2차전과 4차전에서 나온 박석민의 홈런 2방이다. 경기 승패는 공 하나로 엇갈리기도 한다. LG 배터리가 선택한 공 3개, 그것을 뛰어넘은 NC 타자의 노림수가 빛난 장면이었다.
# 풀카운트 몸쪽 직구? 슬라이더 

"왜 풀카운트에서 몸쪽 직구를 던지지 않았을까.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호준은 3차전을 앞두고 1차전 동점타 상황을 설명했다. 1-2로 뒤진 9회말 1사 1,2루에서 대타로 나선 이호준은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김지용을 상대했다. 포수는 정상호였다. 김지용의 직구 3개가 연달아 볼이 됐고, 이후 바깥쪽 슬라이더 2개가 들어왔다. 5구째 헛스윙으로 풀카운트. 
허리 통증으로 선발에서 제외됐다 대타로 나선 이호준은 "풀카운트에서 몸쪽 빠른 공을 대비했다. 허리가 안 좋은 약점을 공략하는 몸쪽 직구 승부를 예상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그러나 정상호는 슬라이더를 주문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이호준이 툭 밀어쳐 우전 안타를 때렸다.  
이호준은 “다들 나한테 왜 몸쪽 승부를 하지 않았을까 물어보더라. 내가 제일 궁금했다. 또 바깥쪽 슬라이더였다. 겨우 갖다 맞혔는데 그 순간 주자들이 뛰면서 수비수들이 베이스 쪽으로 붙는 덕도 봤다. 운이 좋았다. 몸쪽 직구가 들어왔다면 결과가 어땠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대가 노림수의 역으로 왔지만, 이호준의 배트 컨트롤과 (같은 구종 3개를 연달아 상대하는)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체인지업이면 삼진, 몸쪽 직구만 노렸다
박석민의 시즌 때 허프 상대 성적이 없다. 허프가 NC전에 1경기 선발 등판했는데, 박석민은 그날 출장하지 않았다. 박석민은 "시리즈 앞두고 영상으로 봤는데 허프의 공이 좋았다"고 했다. 허프는 직구와 체인지업 투 피치.
2차전 처음 허프와 마주한 박석민은 직구와 체인지업을 보는 대로 쳤다. 2회 첫 타석에서 체인지업 2개를 쳤지만 헛스윙과 파울이었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직구를 때려 중견수 뜬공 아웃. 두 번째 타석에선 직구 5개는 모두 지켜보며 풀카운트가 됐고, 6구째 체인지업을 때렸다가 2루수 땅볼 아웃이 됐다.
7회 세 번째 대결. 커터,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 커터와 직구를 쳐서 파울 2개를 만들었다. 그리곤 6구째 몸쪽 직구를 끌어당겨 0의 균형을 깨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앞선 두 타석에서 체인지업 3개에 모두 박석민은 배트를 내밀어 반응했다. LG 배터리(허프-유강남)는 3번째 승부에서 직구로 밀고 나갔다. 반대로 박석민은 3번째 타석에선 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직구만 기다렸다. 박석민이 던져 놓은 미끼를 LG 배터리가 덥석 물은 것이다. 
박석민은 2차전 경기 후 "(세 번째 타석에선) 허프의 체인지업이 들어오면 그냥 삼진 당한다 마음 먹고, 몸쪽 직구만 하나만 노리고 기다렸다. 약간 몰린 실투였다"고 싱글싱글 웃었다.
# 또 왼발을 빼고 직구 타이밍만 기다렸다
4차전 허프는 이틀 쉬고 구원 투수로 나왔다. 5회 1사 2루 위기를 넘겼고 6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7회 선두타자로 박석민을 상대했다. 
초구 직구(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 또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왔다. 박석민의 배트는 쏜살처럼 휘둘렀고, 타구는 좌측 펜스 너머로 날아갔다. 또 홈런. 또 몸쪽 직구였다. 
박석민은 경기 후 "허프의 직구가 워낙 좋은데, 이상하게 (궤적이나 타이밍이) 나랑 잘 맞는 것 같다"며 "오늘도 체인지업은 포기하고 들어갔다. 몸쪽 직구만 기다리고 있는데, 한가운데로 몰렸다. 왼발을 살짝 빼면서 원, 투, 스리하고 냅다 휘두르는 타이밍에 딱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석민은 허프의 직구만을 노렸고, LG 배터리(허프-유강남)는 2차전처럼 똑같이 당했다.  
허프는 박석민과 승부하기 전까지 6타자(1⅔이닝) 상대로 18개의 공을 던졌다. 전날 허프처럼 똑같이 선발 등판 후 이틀 쉬고 불펜으로 투입된 소사는 6타자(1⅔이닝) 상대로 18구를 던지고 교체됐다. 허프는 더 던졌고, 20구째 홈런을 맞았다. (그러고도 계속 던지다가 34구째 김성욱에게 투런 홈런까지 맞았다) 벼랑 끝에 몰린 LG 벤치가 허프를 계속 끌고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LG에겐 뼈아팠다. /orange@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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