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장원준, 두산 KS 우승 핵심 퍼즐
2016년 박석민, 장원준처럼 우승 이끌까?
두산은 2014년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장원준(31)을 붙잡았다. 4년 총액 84억 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시로서는 금액도 금액이고, 두산이 외부 FA 영입에는 그렇게 적극적인 팀은 아니었기에 시장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버페이’ 논란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두산은 확신에 찬 계산이 있었다. 토종 에이스가 확실하지 않은 팀 사정에서 꾸준함을 과시한 장원준의 가세가 ‘대권 도전’의 발판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장원준은 그 기대치에 완벽히 부응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2승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두산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었다.
결정적으로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는 3승 무패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장원준이 없었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승 반지로 오버페이 논란을 완전히 씻어낸 장원준은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맹활약하며 주가를 높였다. 27경기에서 168이닝을 던지며 개인 최다승인 15승(6패), 평균자책점 3.32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제 또 한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조준한다.
두산에 장원준이 있다면 NC는 박석민(31)이라는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한 NC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기세를 막지 못하고 탈락했다. 예상보다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했다. 그러자 NC는 과감한 결정을 했다. 2015년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박석민에 역대 FA 최고액(4년 옵션 포함 총액 96억 원)을 제시해 데려왔다. 이 또한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컸다.
NC가 박석민을 데려온 것 역시 ‘우승’이라는 대전제가 있다. NC는 박석민이 팀에 가세할 경우 정규시즌에서 최소 3~5승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을 했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었다. NC는 에릭 테임즈의 거취가 불분명하다. 베테랑 이호준도 어느덧 나이 40을 넘겼고 이종욱 손시헌도 베테랑 대열에 들어선 지 오래다. 내년에 타선이 약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올해를 우승의 적기이자 당분간은 마지막 기회로 보고 과감히 베팅을 했다.
그런 두 선수는 이제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만난다. 장원준은 30일 열릴 2차전 선발 출격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는 준플레이오프부터 던지느라 체력 소모가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싱싱한 구위를 기대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5차전 이후에는 불펜에서 NC의 숨통을 끊기 위해 대기할 수 있다. 지난해 활약상을 생각하면 두산의 믿음직한 카드다.
박석민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을 데려온 NC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물론 타율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홈런 2방의 순도가 결정적이었다. 0-0으로 맞선 2차전에서는 7회 결승 2점 홈런을 때렸다. 1-1로 맞선 4차전에서도 2차전 홈런의 희생양이었던 데이비드 허프를 다시 두들겨 결승 솔로포를 만들어냈다. 두 번이나 결승타를 쳤다.
전반적으로 답답한 양상을 보여준 NC 타선이었지만 대포를 쏘아댄 박석민의 활약 덕에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장원준이 지난해 획득한 ‘우승 청부사’ 타이틀을 지키느냐, 혹은 박석민이 그 타이틀을 뺏느냐.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이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장원준(왼쪽)-박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