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인 합의판정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는 1-1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NC 투수들의 심각한 제구 난조에도 불구하고 LG 타선이 찬스 때마다 번번이 결정타가 터지지 않는 바람에 어느 쪽도 경기 흐름을 잡지 못했다.
LG에는 8회말 절호의 기회가 왔다. 문선재의 투수 강습 내야안타에 이어 이천웅과 박용택이 연속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무사 만루 황금 찬스를 잡은 것이다. 타석에는 4번 루이스 히메네스. 적시타 한 방이면 승기를 굳힐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초구부터 이민호의 낮은 공에 배트가 헛돈 히메네스는 2구째 공을 잡아당겼다. NC 3루수 박석민이 타구를 잡아 3루를 밟고 2루 주자 이천웅을 포스 아웃시키 뒤 곧바로 3루 주자 문선재를 노렸다. 박석민이 협살 플레이를 한 포수 김태군에게 공을 토스한 순간, 문선재가 날쌘 다람쥐처럼 움직였다.
김태군의 미트를 피해 허리와 어깨를 숙였고, 잠시 넘어진 상태에서 곧장 일어나 홈으로 슬라이딩했다. 김태군은 홈플레이트를 커버한 투수 이민호에게 공을 던졌지만 구심을 맡은 문승훈 심판위원은 양 팔을 벌려 세이프 판정했다. 득점이 인정된 순간 문선재와 LG 덕아웃이 환호했고, 1루 관중석은 크게 들썩였다. 절묘하게 태그를 피한 신기의 주루 플레이로 리드 점수를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그러자 NC 김경문 감독이 재빨리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홈으로 들어오기 전, 김태군의 미트가 문선재의 등에 닿았는지 태그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한 것이다. 심판실에서 이 플레이에 대해 다시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최종 판정은 아웃으로 번복됐다. 이번엔 반대로 NC 덕아웃과 관중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결승 득점이 될 수 있는 순간이 결국 허무한 아웃으로 바뀌었다. 문선재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합의판정 이후 LG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지환의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채은성의 잘 맞은 직선타가 우익수 나성범의 다이빙캐치에 걸리며 또 만루에서 무득점으로 돌아서야 했다.
만약 합의판정 제도가 없었더라면 문선재의 득점은 LG에 승리를 가져오는 결정적 장면이 됐을 것이다. 비록 LG는 8회 득점에 실패했지만 연장 11회말 양석환의 끝내기 안타로 결승점을 만들며 극적으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죽다 살아난 LG가 리버스 스윕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