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우주의 기운? NC에는 '우주미남'이 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10.24 10: 00

 포스트시즌에서 LG팬들은 '우주의 기운'을 자주 언급했다. 후반기 8위에서 4위로 도약, 가을 잔치에 참가한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우주의 기운'을 누리는 듯 했다. 그러나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그 기운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야구는 흐름의 승부, LG로 흘러가던 '우주의 기운'은 플레이오프 1차전 NC의 '우주미남' 지석훈(32)이 소금같은 존재감을 발휘하며 NC쪽으로 이끌고 왔다. 
LG는 1차전 9회초까지 2-0으로 앞섰다. 마무리 임정우가 9회말 등판해 박민우, 권희동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무사 1,3루에 몰렸다. 다음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거나, 병살타 가능성도 있어 여전히 LG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타석에는 8회 3루 대수비로 들어온 지석훈이었다. 지석훈은 임정우 상대로 통산 성적이 8타석 5타수 무안타 2볼넷 2삼진. 안타가 하나도 없었다.
지석훈은 "(이호준 선배로)대타로 바뀔 줄 알았는데 안 바꾸더라. 초구(포크)에 헛스윙을 하고 직구를 봤는데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이미 이호준이 뒤에서 방망이를 돌리고 있었고, 모창민도 대타 자원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지석훈을 밀어부쳤다.
초구 헛스윙 후 직구 2개가 연속으로 볼이 됐다. 4구째 임정우의 변화구(슬라이더)를 기다렸다. 임정우는 앞타자 권희동 상대로 공 4개 중 슬라이더를 3개나 던졌다. NC 타자들이 임정우의 치기 어려운 커브보다는 슬라이더에 포커스를 맞춘 듯 했다.
카운트가 몰린 임정우는 주무기 커브 대신 슬라이더를 꺼냈다. 타자가 딱 기다리고 있던 공, 지석훈은 "노리던 공이 와서 쳤는데 적시타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타구가 다소 먹혔으나 우익수 앞쪽에 떨어졌다. 1-2로 추격하며 무사 1,3루 찬스, 마무리 임정우를 강판시키는 귀중한 안타였다. '우주미남'이 우주의 기운을 NC로 돌리는 순간이었다.
이후 NC는 이호준의 동점타,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이호준, 용덕한에게 몰렸지만 지석훈의 안타는 대역전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신스틸러다.
지석훈은 "2점차라서 그런지 타석에서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편하게 들어섰다"며 "찬스에 강하다기보다 운이 좋은 것 같다. 기회를 줘서 가능했다. 대타로 안 바꾼 덕분에 적시타를 칠 수 있었다. 대타로 바뀌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아닌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지석훈이 홈런을 치는 등 잘했다"고 설명했다.
지석훈은 올 시즌 내야 멀티 백업으로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왔다. 박석민이 잔부상으로 결장하면 3루수로, 손시헌이 8월 사구에 맞아 갈비뼈 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는 유격수로, 박민우의 수비가 불안할 때는 2루수로 옮겨가며 출장했다.
'전천후 내야수'인 지석훈은 올 시즌 2루수로 336이닝(58경기), 유격수로 323⅓이닝(56경기), 3루수로 161이닝(38경기)을 뛰었다. 3개 포지션에서 총 820⅓이닝을 책임져 유격수 손시헌(863이닝), 3루수 박석민(891이닝) 못지 않게 수비를 책임졌다.
실책은 자신이 목표로 했던 한 자리 숫자(9개)를 이뤘다. 공격에서도 타율은 0.215로 낮았지만 9홈런 54타점을 기록했다. 주전들인 이종욱(57타점), 박민우(55타점)에 뒤지지 않았다.
시즌 때 알토란 같은 기여도를 보였던 지석훈은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안타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다시 드러냈다. '우주미남'이 우주의 기운을 끌고 왔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