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타저' 가을야구 지배하는 외인 투수의 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23 06: 00

포스트시즌 들어 투고타저 양상 변화
특급 외인들, 투수전 경기 흐름 주도
2016 KBO 포스트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투고타저 흐름이다.

정규시즌만 해도 극심한 타고투저로 투수들의 설자리가 좁았다. 리그 평균자책점 5.17, 타율 2할9푼으로 양 팀 통틀어 경기당 평균 11.2득점이 쏟아졌다. 평균자책점은 2014년(5.26)에 이어 역대 2위였고, 타율은 역대 최고치를 찍을 정도로 타자들이 득세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시즌 농사를 최종 결정짓는 포스트시즌은 반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까지, 포스트시즌 8경기 평균자책점은 2.44에 불과하다. 타율은 2할2푼1리밖에 되지 않고, 두 팀 합쳐 경기당 5.1점으로 저득점 경기의 연속이다.
변화의 흐름은 외국인 투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 4개팀 8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12경기(11서발)에서 도합 5승3패 평균자책점 2.01로 짠물 투구를 하고 있다. 9번의 퀄리티 스타트가 있고, 그 중 7번이 7이닝 이상 소화한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경기로 위력적이었다.
LG 데이비드 허프는 3경기 모두 7이닝씩 던지며 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2.14 위력을 떨치고 있다.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1승2패에 그치고 있지만, LG가 가을야구 돌풍을 일으킨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헨리 소사 역시 2경기에서 1승을 올리며 12⅓이닝 무실점 행진 중이다.
NC가 플레이오프에서 짠물 야구를 펼치며 LG에 먼저 2연승한 것도 외인 원투펀치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1차전 에릭 해커가 6회 2사까지 노히터로 막는 등 7이닝 2실점 역투로 승리 발판을 마련했고, 2차전에선 재크 스튜어트가 7⅓이닝 무실점 위력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LG 타선을 잠재웠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넥센은 유일하게 1승을 거둔 2차전에서 외인 에이스 앤디 밴헤켄이 7⅔이닝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이끌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마무리한 KIA도 1차전에서 헥터 노에시가 7이닝 1자책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덕분에 LG와 2차전 마지막까지 치열한 명승부를 할 수 있었다.
외인 투수들의 기세가 가을 하늘을 찌를 듯하지만, 토종 투수들은 존재감은 미미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LG 류제국 외에는 경기를 지배한 토종 선발이 없었다. 승리를 보증하는 강력한 토종 에이스가 부족한 현실에 가을야구 투수전도 뭔가 모를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waw@osen.co.kr
[사진] 허프-소사-해커-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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