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장수 외국인 투수인 더스틴 니퍼트(35·두산)는 사실 올 시즌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잔부상에 시달린 니퍼트는 정규시즌 2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성적도 저조했다. 90이닝에서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2016년 재계약을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몸 상태도 걸리고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었다. 하지만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32⅓이닝에서 실점은 단 2점이었다. 다시 찾은 기량을 확인했고 여론도 다시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재계약의 걸림돌은 사라졌다. 그 결과 두산에 남은 니퍼트는 올해 22승의 대활약을 펼치며 ‘니느님’의 명성을 되찾았다.
가을의 강렬함이 재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의 니퍼트’가 될 가장 유력한 선수는 헨리 소사(30·LG)다. 절대적인 기량의 차이야 있겠지만 소사는 2015년 니퍼트와 흡사한 구석이 많다. 한국에서 뛴 시간이 적지 않고, 성적이 조금씩 처지고 있었으며, 내년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소사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7-0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을 잡은 LG는 결국 넥센을 3승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라섰다. 상승세를 탄 소사는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6⅔이닝 무실점 역투로 제 몫을 했다. 비록 팀의 끝내기 패배로 빛이 바랬지만 소사의 투구내용은 그렇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두 번 모두 상대 외국인 투수와 맞붙어 요격에 성공했다는 점 또한 빛났다.
2012년 KIA에서 KBO 리그에 데뷔한 소사는 넥센과 LG를 거치며 올해까지 5년 동안 한국에서 뛰었다.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약을 확신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올해도 33경기에서 199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평균자책점은 5.16으로 좋지 않았다. 특유의 빠른 공은 여전했지만 이에 적응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는 게 점점 쉽지 않은 양상이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는 확 달라졌다. 최고 150㎞ 중반에 이르는 강속구가 자신감이 붙었다. 주무기였던 슬라이더 외에도 커브와 포크볼을 적절하게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고 있다. 아주 완벽한 피칭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결과 실점도 없었다. 스스로도 힘이 넘친다. “매일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며 의지를 불태울 정도다. 아직 내년 계약을 놓고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 소사의 반전이 내년 계약 전선에도 영향을 미칠지 흥미롭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