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펜의 상승세는 분명 확인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더 강해지고 있는 LG 불펜이었다. 그러나 다 잡은 승리가 마지막에 날아갔다. 믿었던 마무리 임정우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LG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3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상대 선발인 에릭 해커를 공략하지 못하고 6회까지 무득점에 그쳤으나 7회 히메네스의 솔로포, 8회 정상호의 솔로포가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불펜도 잘 버텼다. 그러나 2-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정우가 연속 3안타를 맞고 1점을 실점했고, 뒤이어 등판한 김지용도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씁쓸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소사는 이날 최고 150㎞ 중반대의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며 NC 타선을 막아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소사는 이날도 6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잡아냈다. 그런데 불펜이 도왔기에 가능한 수치였다. 1-0으로 앞선 7회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공, 김성욱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1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러자 양상문 감독은 곧바로 불펜 가동에 들어갔다. 첫 주자이자, 가장 긴박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른 이는 우완 정찬헌이었다. 이날 2루타 1개가 있는 손시헌을 상대한 정찬헌은 침착하게 두 차례 파울볼을 유도, 1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점령했다. 이어 4구째 131㎞짜리 포크볼로 손시헌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타구는 3루수 히메네스의 정면으로 갔고, 병살타로 이어지며 NC의 승리확률을 폭락시켰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병살타 하나로 NC의 승리확률은 43.9%에서 25.1%까지 무려 18.8%가 떨어졌다. 7회 히메네스의 홈런 하나가 올린 LG의 승리확률은 19.6%였다. 홈런 하나의 가치와 버금가는 병살타 유도였다.
2-0으로 앞선 8회에는 진해수가 빛났다. 정찬헌이 선두 김준완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종욱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고 1사 1루 상황이 됐다. 여기서 나성범을 맞이해 LG는 좌완 진해수를 올렸다. 진해수는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져 나성범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고 깔끔한 연계 속에 병살타가 완성되며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그런데 믿었던 마무리 임정우가 9회 흔들렸다. 긴장한 듯 제 구위가 나오지 못하고 단타 당했다. 선두 박민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을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권희동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상황이 심각해졌고, 이어 지석훈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1점을 허용했다. 여기서 양상문 감독은 임정우를 김지용으로 바꾸는 강수를 썼다. 김지용은 조영훈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한 템포를 끊었다.
NC는 허리통증으로 벤치를 지켰던 이호준을 마지막 순간 대타로 내며 승부를 걸었다. 김지용은 3B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끝에 우전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손시헌을 고의사구로 거르며 승부를 걸었지만 용덕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공 들였던 불펜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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