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에릭 해커가 포스트시즌 4번째 등판 만에 자신의 역할에 걸맞는 투구를 펼쳤다. 패전 위기에 몰리는 듯 했지만 반전의 투구가 결국 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
해커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1사구 5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다.
NC의 첫 1군 진입부터 함께한 해커. NC의 정규시즌 에이스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맞이한 가을야구에서 해커는 한없이 작아졌다. 지난 2년 동안 3번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3경기 동안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11에 그쳤다. 정규시즌 에이스라는 이름값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경기 전 "해커가 이번에는 잘 던져주길 기대하고 믿는다. 5이닝은 책임져야 하고 6이닝까지 막아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이번에는 기대를 충족하는 투구를 바랐다.
김경문 감독의 말이라도 듣기라도 한 것일까. 해커는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줬던 아쉬운 모습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적어도 6회까지는 그랬다.
이날 해커는 LG의 포스트시즌 타선을 이끈 좌타자들, 김용의와 박용택, 오지환, 이천웅 등의 좌타자들과의 승부에 어느 정도 신경썼다. 해커는 이 좌타자들의 출루를 봉쇄하면서 투구를 이어갔다. 6회까지 내준 볼넷과 사구, 안타가 모두 좌타자를 상대로 나왔다. 그동안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친 좌타자들을 의식했다.
하지만 140km 초반대의 구속으로 좌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꺾여 들어가는 커터는 타자들의 배트가 빗겨나가게끔 했다. 또한 커터와 비슷한 구속의 포심 패스트볼 역시 몸쪽으로 날카롭게 꽂혔다. 타순이 한바퀴 돈 이후에는 주무기인 너클커브를 결정구로 적극 활용했다. 3회 2사후 김용의, 4회 2사 1루에서 오지환을 잡아낸 마지막 공은 커브였다.
우타자들을 상대로도 과감하게 몸쪽 승부를 펼쳤다. 대신 좌타자들과는 반대로 바깥쪽 유인구도 적절하게 활용해 타자들을 현혹시켰다.
해커는 정교하면서 영리한 투구를 바탕으로 5⅔이닝까지 노히터 투구를 이어갔다. 그러나 6회 2사후 이천웅에 우전 안타를 내주며 노히터가 깨진 이후 징조가 심상치 않았다. 이천웅에 안타를 내준 뒤 박용택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타구가 펜스 앞까지 향한 큼지막한 타구였다.
결국 7회초 선두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와의 승부에서 실투 한 방이 해커를 무릎꿇게 했다. 1B2S에서 해커는 138km 커터를 던졌다. 하지만 커터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히메네스의 배트에 정확히 맞았다. 이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파울이 되는 것 같았지만 타구가 막판 흘러나가지 않으며 페어지역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해커는 8회에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상호에 일격을 얻어맞았다. 두 번째 실점마저 홈런포였다. 결국 해커는 8회를 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해커의 역투에 타선은 응답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해커가 내려간 뒤 9회말, 타선은 해커의 분투를 알아줬다. 9회말 지석훈의 추격의 적시타, 그리고 이호준의 동점타, 마지막으로 용덕한의 끝내기 적시타까지 나오며 팀은 승리를 거뒀다. 결국 해커의 역투는 이날 역전승의 밑거름이 됐다. /jhrae@osen.co.kr
[사진] 창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