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해커-소사 투수전’ 가을은 외인 투수 잔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21 22: 05

가을 무대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존재감이 거대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왔다 하면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이며 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런 흐름은 특별히 변하지 않았다.
에릭 해커(NC)와 헨리 소사(LG)는 2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등판, 나란히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품 투수전을 연출했다. 그간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는 다소 약했던 해커, 정규시즌에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소사 모두 혼신의 투구로 상대 타선을 막아냈다.
푹 쉰 해커는 팔색조 투수의 진가를 드러냈다. 최고 구속은 14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컷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과 같은 변형 패스트볼을 적절히 활용하며 범타를 유도해냈다. 특히 커터의 올 시즌 주무기이자, 좌타자를 상대로 가장 효율적인 무기였던 컷패스트볼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좌타자 몸쪽으로 살짝 꺾여 들어가는 해커의 커터는 6회까지 6개의 범타와 1개의 삼진을 이끌어내며 LG 타선을 괴롭혔다.

이에 비해 소사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떨어지는 변화구 구종으로 재미를 봤다. NC 타선이 정규시즌 종료 후 휴식을 취해 “눈에서 잠시 잊은 빠른 공에 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소사가 이를 증명시켰다. 최고 150㎞대 중반에 이른 빠른 공에 NC 타선이 좀처럼 포인트를 맞추지 못했다. 여기에 날카롭게 떨어지는 커브, 그리고 포크볼까지 던지며 NC 타선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히메네스가 7회 해커의 ‘그 커터’를 받아쳐 솔로홈런을 기록했고 1-0으로 앞선 8회 정상호가 다시 해커의 커터를 공략해 솔로포를 터뜨려 두 선수의 투수전은 소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호투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소사는 6⅓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해커는 7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잘 던졌다. 여기에 NC가 9회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둬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포스트시즌 호투 행진을 이어가는 투수전이기도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헥터 노에시(KIA)가 7이닝 2실점(1자책점), 데이비드 허프(LG)가 7이닝 4실점(2자책점)으로 모두 호투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소사가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고, 2차전에서는 앤디 밴헤켄(넥센)이 7⅔이닝 1실점 역투로 반격했다. 3차전에서는 허프가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물론 와일드카드 결정전 끝내기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지크 스프루일(KIA),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스캇 맥그레거(넥센)와 같이 고개를 숙인 선수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호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2차전에서는 또 하나의 좋은 투수인 재크 스튜어트(NC)와 허프의 맞대결이 예상되고, 해커와 소사도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갈 경우 다시 나설 수 있다. 두산의 두 외국인 투수(니퍼트·보우덴)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들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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