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무도’ 6개월 쉰다면? 지상파 시즌제 왜 힘들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0.21 16: 51

안 하는 걸까, 못 하는 걸까. 지상파 예능이 기로에 놓였다. 일선 PD들은 일정 기간 동안 방송하고 휴지기 후 다시 재개하는 시즌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지만 현실화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중 시즌제로 꾸려져서 유지되는 예능은 SBS ‘K팝스타’가 유일하다. 많은 프로그램이 폐지될 때 다음 시즌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지만 이 같은 공언은 보통 공수표가 된다. 프로그램이 다음 시즌으로 돌아올 정도의 매력이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면 처음부터 폐지 혹은 종영이 되지 않았을 터. 예능은, 특히 지상파 예능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방송을 이어오고 시청률이 바닥까지 치고내려가는 씁쓸한 뒷모습을 남기며 떠난다.
벌써 11년 동안 달려온 MBC ‘무한도전’의 경우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시즌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김태호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아이템을 정성 들이고 그럴싸하게 만드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힘들다”라면서 “우리가 가끔 1회용을 2회로 늘려 방송을 하는 것은 공을 들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음 방송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 벌이용일 때도 있다”라고 제작상의 고충을 말했다.

그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는 것, 회사에도 말해봤지만 결국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에 3개월간 ‘무한도전’이 쉴 경우, MBC에서 3개월 동안 그 시간에 무슨 방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라고 시즌제로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그와 달리 JTBC와 tvN은 시즌제를 잘 꾸려오고 있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삼시세끼’, ‘신서유기’가 대표적인 시즌제 예능. ‘SNL코리아’와 ‘슈퍼스타K’ 역시 휴지기를 거치는 시즌제를 택하고 있고, JTBC는 ‘히든싱어’가 존재한다. 비지상파가 시즌제를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에는 아무래도 지상파보다 유연한 편성 덕분. 결국 지상파와 비지상파는 처한 환경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지상파로서는 무섭게 치고올라온 비지상파와의 다소 불공정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공공재인 전파를 활용해 과점 방송을 해올 때와 달리 이제는 지상파라서 더 불리한 측면이 많다. 재방송을 주구장창 틀 수 있는 비지상파와 달리 지상파는 재방송이 제한적이기 때문.
시즌제를 꾸리게 되면 휴지기 동안 대체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정규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게 된다. 2명의 간판 PD가 한 시간대를 책임져왔다면, 시즌제의 경우 최소 2배 많은 PD가 필요하다는 것. 결국 더 재밌는 예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유로운 제작 시간과 제작진의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회비용 측면에서 지상파가 시즌제 예능에 매달리지 못하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최근 OSEN에 “인기 있는 모 프로그램과 비슷한 아이템 기획안이 우리 내부에서 그 프로그램 탄생 전에 나온 적이 있다”라면서 “‘당시 이것을 어떻게 정규 프로그램으로 계속 방송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고 결국 제작 시도도 하지 못했다. 몇 년 후 유사한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는 것을 보며 우리 방송사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PD는 “지상파도 1년 내내 매주 방송을 하는 게 소모적인 제작 방식이고 결국 프로그램 생명력을 단축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 “늘 고민을 하지만 시즌제로 꾸린다고 해서 후속 프로그램이 잘나가던 기존 프로그램만큼 잘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떠안지 않기 위해 안정적으로 정규 프로그램으로 1년 내내 방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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