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시즌 AFC 아시아챔피언스 리그(이하 ‘ACL') 우승 이후 울산현대의 행보는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2013시즌 최종전서 라이벌 포항에 밀려 리그 준우승에 머물렀고, 2014시즌엔 ACL 조별리그서 탈락을 맛봤다.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한 지난해는 스플릿 B로 떨어지며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울산의 이번 시즌 행보는 리그 4경기가 남은 현재 ‘전통축구명가’의 부활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ACL진출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4경기 남은 현재 리그 4위로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우승시 자동으로 ACL진출권이 주어지는 FA컵도 준결승전에 올라와 있어 타 팀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다.
시즌초 ACL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출항한 ‘울산함대’는 몇 차례 거친 파도와 폭풍 속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때마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함대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조타수’가 되어줬다.
지난 여름 팀에 합류한 멘디는 큰 키를 활용한 헤더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여러 차례 득점을 쏘아 올리며 골 가뭄을 해소해 줬다. 뒤이어 영입된 셀리오는 풀백과 센터백을 오가며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 흔들리던 울산 수비의 중심을 잡았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한 가운데 울산은 팀 목표인 ACL진출을 목전에 두고 마지막 폭풍을 만났다. 그리고 그 마지막 여정에서 ‘키(Key)'를 잡은 조타수가 바로 최근 상주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중원의 파이터’ 김성환이다.
김성환은 전역과 동시에 31라운드 성남전을 시작으로 3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을 이끌어가는 ‘키’ 역할을, 경기장 밖에서는 선임선수로서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키’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전북전 홈경기를 앞두고 구단과 인터뷰를 가진 김성환은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다”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부족함이 많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 이유로는 “김치곤, 강민수, 한상운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단 구성원이 많이 바뀌었고 또 젊어졌다. 때문에 팀에 처음 복귀했을 때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성환은 복귀 후 치른 세 경기와 관련해서도 “선수들 간 호흡에 문제도 조금 있었다. 선수들 개개인 성향이 다 다르고 나 역시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김성환은 “계속해서 팀 구성원들에게 맞춰가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기에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며 희망적인 부분이 있음을 전했다.
김성환 본인은 ‘아직은 어색함이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주변에서 지켜본 김성환은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경기장 안에서만 아닌 경기장 밖에서도 특유의 묵직함으로 후배 선수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팀에서 내가 맡은 역할에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팀이 3위까지 올라온 상황에 팀에 합류한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기존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보여줘야하는 입장이다. 적어도 팀에 마이너스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지난 3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중원의 파이터’라는 이미지처럼 경기장 안에서 김성환은 중원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며 공격의 시작을 끊는 저돌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경기장 안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 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경기장안에서 팀 분위기를 잡으려는 목적도 있고 상대 선수를 강하게 대인마크해 기를 죽이기 위한 것도 있다. 내가 맡은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김성환의 활약 속에 팀은 이제 ACL 진출을 위해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김성환 역시 3년 만에 다시 ACL무대에 복귀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ACL이란 대회는 아시아권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 하는 무대다. 나 개인적으로 ACL은 좋은 기억이 있다. 2010년 성남에 있을 때 대회 우승을 맛봤었는데, 그 맛을 아니까 또 한 번 맛보고 싶다.”
이어 김성환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리그 4경기, FA컵 3경기(결승진출 가정시)까지 남은 7경기를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2일 전북전 리그 경기와 26일 수원전 FA컵 준결승 모두 반드시 잡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김성환은 “남은 경기 잘 준비해 리그 3위 이상 성적과 FA컵 우승 모두 이뤄내 시즌 마지막엔 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한편, 울산은 오는 22일 오후 3시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전북을 상대로 리그 35라운드를 치른다./dolyng@osen.co.kr
[사진] 울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