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부상 탓에 제대로 펴지 못했던 흥국생명의 양 날개가 좋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종 주포인 이재영(20·178㎝)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시즌을 열었고 타비 러브(25·197㎝)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흥국생명은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완승했다. 상대의 혼란을 틈타 1세트를 크게 이긴 흥국생명은 2세트 역전승의 기세를 몰아 3세트까지 집어삼키며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현대건설을 상대로 예상 밖의 완승을 거뒀다.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지난 시즌 양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무실세트 2연승이기도 하다.
러브와 이재영의 활약이 그 중심에 있었다. 러브는 이날 49.09%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29득점을 기록해 팀의 해결사 몫을 톡톡히 했다. 이재영은 리시브를 받으면서도 14점(공격 성공률 44%)을 보탰다. 두 선수는 올 시즌 팀의 첫 경기였던 지난 16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40점(러브 23점·이재영 17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KOVO컵 당시까지만 해도 전체적으로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한 흥국생명이었다. 세터진과 러브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러브가 부진하자 수비 부담이 있는 이재영도 힘겨워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휴식기 동안 톱니바퀴를 제대로 맞췄다. 러브의 높은 타점을 이용한 공격 루트가 짜임새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실제 197㎝의 장신을 이용한 러브의 고공 강타에 높이를 자랑하는 현대건설도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러자 틈이 생긴 이재영의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러브의 기량은 이미 트라이아웃 당시부터 인정을 받았다. 높이와 힘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였다. 그렇다고 굼뜬 선수도 아니었다. 후위에서도 충분히 공격에 가담할 수 있다. 서서히 자기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토종 최정상급 공격수인 이재영은 더 발전하고 있어 무섭다. 첫 시즌 신인왕에 지난 시즌 토종 최다 득점(498점) 1위에 오르는 등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이재영은 올 시즌은 리시브 불안까지 떨쳐낼 기색이다. 흥국생명으로서는 대견한 발전이다.
아직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올 시즌 V-리그 최고의 쌍포가 될 가능성도 보인다. 기본적으로 토종 주공격수의 기량이 중요한데 이재영은 공격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여기에 러브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날개의 묵직함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물론 중앙 공격의 활성화로 두 선수의 점유율을 낮춰야 한다는 과제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출발 자체는 아주 좋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