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코치는 SK의 상징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하나다. 쌍방울 시절부터 팀의 간판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쌍방울 선수단을 모태로 재창단한 SK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다. 2010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로는 SK에서만 코치 생활을 했다.
중간에 SK의 창단이라는 변수가 끼긴 하지만, 단순히 따지고 보면 1991년부터 2016년까지 한 팀에서만 함께 했다는 결론도 나온다. 경기장, 한때 후배였다 이제는 제자가 된 선수들, 구단 관계자까지 모두 가족 같은 관계였다. 그런 정들었던 친정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새 출발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마지막 발걸음이 아주 가벼울 수는 없었다. 사람인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김원형 코치는 최근 롯데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현역 시절은 물론 SK 코칭스태프에서 각별한 연을 맺어왔던 조원우 롯데 감독의 설득에 따랐다. 조 감독은 지난해 롯데 감독 부임 때부터 김 코치의 영입을 타진했다. 소속팀과의 의리를 중시한 김 코치가 한 번은 고사했지만 올해는 손을 잡기로 했다.
팀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그러나 거취가 불투명한 까닭이 컸다. SK는 새 감독이 선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통 새 사령탑은 투수나 타격 부문 등 핵심적인 분야에서 자신의 사람을 데리고 온다. 김 코치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대해 SK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조금 복잡했다. 새 감독이 오는 상황에서 자리에 대한 보장을 할 수가 없었다. 구단도 그 때문에 김 코치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롯데의 제안을 받아들인 김 코치는 18일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에 통보하는 과정에서 눈물도 보였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팀을 떠난다며 인사차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 있더라”고 했다. 김 코치는 19일 전화통화에서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 코치는 “오늘(19일) 아침에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마음이 좀 안 좋았다”라는 말로 작별의 아픔을 대변했다. 선수단도 큰 형님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김 코치의 이적에 대해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친정을 떠나 새로운 팀을 선택한 것 자체가 김 코치에게는 모험이자 중대한 도전이다. 이렇다 할 연고도 없는 부산에서 생활하게 된 현실적인 문제는 일반인들이 마주하는 고민과 다르지 않다. 김 코치도 이를 인정한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을 잘 보좌하며 팀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각오로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롯데 마운드는 최근 몇 년간 리그 상위권의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1군 투수코치로 보직이 정해진 김 코치의 책임이 무겁다. 때문에 인간적인 아쉬움은 최대한 빨리 잊고,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롯데 투수들의 장단점 파악에 들어갔다. 좋은 자원들이 있는 만큼 장점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이처럼 한 차례의 변화는 김 코치의 지도자 인생에 있어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다. 김 코치는 오는 27일부터 시작될 롯데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팀에 합류한다. 김 코치는 "앞만 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감독도 환영이다. 조 감독은 “김원형 코치는 예전부터 데려오고 싶었던 분”이라면서 “김원형 코치도 선수들에 대한 파악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용훈 불펜 코치와 함께 마무리 캠프부터 투수 파트를 지휘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