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전 4연승이 중단됐다. 그러나 전북 현대는 미소를 잃지 않고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일까.
올 시즌 전북은 서울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서울이 엄청난 화력쇼로 최강의 면모를 자랑할 때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맞춤 전술로 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연승 행진을 꺾었다. 또한 서울이 6연승을 달리며 최고의 상승세를 보였던 8월 대결에서도 전북은 적지에서 서울을 꺾었다.
그렇게 전북은 올 시즌에만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를 합쳐 서울에 4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 많은 관심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전북이 서울전 5연승을 이어갈 것인지, 서울이 전북전 연패를 끊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서울은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전반 초반부터 전북을 강하게 압박해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전반 38분에는 전북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던 아드리아노가 득점포를 가동해 앞서가기도 했다. 후반전에 전북의 로페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후반 47분 고광민의 결승골로 승전보를 전했다. 비록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서울은 자존심 지키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전북은 서울전 연승 행진이 끊겼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북은 자신들의 패배가 확정됐음에도 서울을 찾은 전북팬들과 세리머니를 함께하는 등 패배의 아쉬움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2차전은 패배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에는 일말의 영향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후반 47분 고광민에게 결승골을 허용했지만, 전북에 고광민의 득점은 이미 의미 없는 시간에 나온 의미 없는 득점이었다. 전북의 최고참 이동국은 "패배에 대해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100%의 전력으로 붙지 못했다는 것도 영향이 있다. 전북은 최근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던 김신욱, 김보경, 이재성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게다가 좌우 측면을 책임지는 레오나르도와 로페즈는 작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앞선 경기서 아드리아노를 완벽하게 봉쇄한 최철순도 경고 누적으로 빠졌다. 전북이 다음달 6일 예정된 서울과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여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김보경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나는 물론 재성이, 신욱이형은 100%가 아니었고,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모두 부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전반전에 밀려 고비가 왔지만 이겨냈다. (우리가) 강한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패배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재성도 "이란을 다녀온 후 시차 적응이 힘들었다. 주말 경기가 끝나고 1주일을 쉬면 원래대로 돌아갈 것 같다"고 밝혔다.
이재성은 서울전 연승이 끊긴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서울전 패배로 악영향이 나오는 것보다는 이런 패배를 통해 K리그 클래식을 더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오늘도 서울을 이겼다면 느슨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패배로 준비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