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이 돌아본 2016시즌, "준비 실패, 내 잘못"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19 06: 16

시즌 초반 슬럼프 딛고 특급 활약한 김태균  
준비 실패와 시행착오, "내가 못했다" 자책
"핑계 대고 싶지 않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4)에게 2016년 시즌을 마친 소회를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정규시즌 7위에 그친 한화는 올 가을에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또 한 번의 쓸쓸한 가을이지만 두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김태균은 지난 16일부터 1군 잔류조들의 마무리훈련을 위해 대전 홈구장을 출퇴근하고 있다. 
그가 되돌아본 올 시즌은 화려한 개인 성적을 떠나 자책의 연속이었다. 6월 이후 KBO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4~5월 초반 부진에 책임을 통감한 것이다. 각종 대기록들도 팀 성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김태균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올 시즌을 보낸 김태균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어떤가. 
▲ 초반에 안 좋았다. 핑계 대고 싶진 않다. 부진에 대한 비난도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초반에 어려웠지만 포기를 하진 않았다. 나는 스스로를 못 믿는 사람이 아니다. 다만 빨리 (부진을) 헤쳐 나가느냐가 문제였다. (부진이) 1년 내내 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 초반 부진은 장타 스트레스와 연관 있었나. 
▲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장타를 신경 쓰며 하진 않았다. 홈런은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고, 상황에 맞춰 타격하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홈런 때문에 힘들었던 게 아니라 안타가 안 나와 힘들었다. 팀은 계속 지고, 수비 나가서도 못했다. (5월24일까지 김태균은 42경기 타율 2할7푼6리 1홈런 16타점 OPS .747 실책 4개로 데뷔 이래 가장 부진했다). 
- 어떤 부분이 초반 부진의 이유였나. 
▲ 큰 변화를 준 건 아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 폼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이유는 말해봤자 핑계다.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올해는 준비 실패였다. 경기에서 어떤 자세로 어떻게 쳐야 할지 미리 정립해 놓았어야 하지만 시행착오가 있었다. 캠프 때 끝냈어야 하는데 시즌에 들어가서 결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선 하기란 쉽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정립이 안 돼 있었고, 산만한 상태에서 답이 안 나왔다. 
- 김태균이 추구하는 타격이란 무엇인가. 
▲ 어려서부터 난 정확한 타격이 모토였다. 어릴 적부터 이런 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해오고 있다. 당연히 4번타자이기 때문에 홈런에 대한 주위의 말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다. 변화를 주더라도 홈런을 더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타든 뭐든 더 잘하기 위해 변화를 주는 것이다. 
- 초반 부진을 딛고 결국 최정상급 성적을 냈다. (타율 3할6푼5리 193안타 23홈런 136타점 OPS 1.054. 홈런 빼고 모두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출루율 4할7푼6리는 시즌 1위는 물론 역대 단일 시즌 5위 기록이다). 
▲ 개인 기록들은 내가 잘해서 그런 게 아니다. 타율은 이전에도 3할6푼을 친 적이 있었다. 그보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은 게 컸다. 로사리오가 뒤에서 받쳐줬고, 앞에서는 (이)용규와 (정)근우가 잘해줘서 좋은 상황이 많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타석에서 더 집중하게 되고, 타점도 많아졌다. 김재현 코치님도 많이 도와주셨고, 쇼다 코치님도 큰 힘이 됐다. 쇼다 코치님은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분이셨다. 잘 안 맞을 때 함께 특타를 하며 밸런스를 잡을 수 있었다. 
- 다른 해였더라면 타율·타점 모두 1위였을 텐데 최형우가 있었다. 
▲ 1위를 놓쳐서 아까운 건 하나도 없다. 그보다 몇 년 전부터 시즌 전 (설문조사로) 예상 MVP를 물어볼 때 항상 최형우를 꼽았다. 올해 형우가 활약한 것을 보면 내 눈이 참 정확하다(웃음). 난 형우야말로 진짜 최고라고 생각한다. 못 치는 볼이 없고, 홈런도 잘 치고, 득점권에도 좋다.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타자가 바로 형우다. 정말 너무 좋은 타자라서 옆에서 보고 배우고 싶을 정도다. 
-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전경기 출장이다. 그것도 144경기를 다 뛰었다. (2010년 일본 지바 롯데에서 141경기를 뛰었는데 그보다 3경기 더 출장했다). 
▲ 솔직히 힘들긴 힘들었지만 모든 선수가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초반에 나 때문에 팀이 잘못된 경기가 많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뭔가를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프다고 빠질 수 없었다. 안 좋아도 경기는 나가야만 했다. (초반에) 워낙 못해서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 주루 플레이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다. 
▲ 원래 주루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체력이 안 받쳐준 것이다. 뛰는 것도 힘이 있어야 뛴다. 시즌 중반부터 수비를 하지 않았다. 수비할 힘을 주루에 쏟았다. (우스꽝스러운 슬라이딩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래서 안 다치는 것이다. 일부러 힘 빼고 몸을 굴러주며 비틀어 줬다. 보기에는 웃기지만 크게 안 다친 이유다. 가끔 내가 봐도 웃길 때는 있다. 심판 분들께서도 판정을 한 뒤 나를 보고선 웃는 일이 몇 번 있었다(웃음). 
- 올해도 가을야구를 나가지 못했는데 허무함이 있을 듯하다. 
▲ 이젠 허무한 감정도 모르겠다. 매년 아쉬운 마음만 든다. 2007년이 한화에서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다. 2008~2009년에만 해도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사실에 화가 나 다른 팀들의 경기를 아예 보지 않았다. 분한 마음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갈 때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포스트시즌 경기를 계속 본다.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보게 되더라. 정말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