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럭키', 유해진은 왜 84년생이었을까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0.18 17: 48

왜 하필 32살, 84년생을 택했던걸까.
영화 '럭키'가 빠른 속도로 흥행 질주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해진의 '84년생' 대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럭키'는 인생이 뒤바뀐 냉철한 킬러 형욱(유해진 분)과 무명배우 재성(이준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킬러 형욱은 공중목욕탕에서 비누를 밟아 넘어지며 기억을 잃어버리게 되고, 우연히 그의 캐비닛 열쇠를 가지게 된 재성은 자신의 것과 바꾸게 되며 두 사람은 서로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럭키'가 보는 이들의 배꼽을 잡게 하는 건, 바로 자신이 무명배우인 줄 알고 살아가는 형욱의 모습이다. 형욱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재성의 캐비닛 안에 있던 청구서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재성이라고 알게 된다. 그만큼 킬러였을때의 자신을 새까맣게 잊은 인물.
덕분에 왜 자신이 칼에 능숙한지 의아해하지만 본능은 숨길 수 없다고, 김밥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무지로 꽃을 만들고 햄을 순식간에 자르는 등 화려한 칼솜씨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모두 깨알같은 코믹 포인트. 그중에서도 관객들의 뇌리에 가장 오랫동안 남아있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극 중 형욱이 자신의 나이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이름도 잊어버린 만큼 나이는 당연지사. 자신의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형욱은 역시 청구서를 통해 자신의 나이를 확인하게 된다. 청구서에는 재성의 나이가 적혀있고 이는 바로 1984년생. 즉, 32살이다.
유해진의 실제 나이는 70년, 47살. 32살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탓에 스크린 속에서 그가 "제가 84년생입니다"라고 말할 때 관객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를 듣는 조윤희(리나 역)의 "나랑 동갑이라고요?"라는 놀라운 반응은 관객들의 웃음을 배가시킨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32살이었을까. 여기에는 '럭키' 메가폰을 잡은 이계벽 감독의 숨은 의도가 들어가있다. 
32살은 극 중 재성의 나이. 때문에 재성이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 재성은 무명배우로 형욱과 삶이 바뀌기 전, 자살을 결심하며 모든 걸 정리하기 위해 공중목욕탕으로 향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신변을 정리하는데에는 30대 초반이 적절한 설정이었다는게 이계벽 감독의 설명.
이계벽 감독은 "꿈으로 가득 차 있던 20대 시절을 흘려보내고 30대가 되어 보니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과 자신과는 달라진 주변 사람들, 친구들을 마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격차가 크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물론 영화적 재미 포인트도 생각한 설정이었다. 이계벽 감독은 "극 중 리나와 '동갑'이면 영화적 재미가 배가될 수 있겠다는 계산도 있었다"고 밝혔다. / trio88@osen.co.kr
[사진] '럭키'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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