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이상으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 야구 욕심이 더 생겼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상호(27)는 올시즌 최고의 수확 중 하나다. 박종윤 외에는 마땅한 적임자도, 경쟁자도 없었던 1루 자리에 등장한 샛별이다.
지난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맹폭을 휘두르다 4월 말 1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의 1군 경험이 될 수도 있었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 1군 레귤러 멤버로 가능성을 비췄다. 김상호는 114경기 타율 2할9푼(366타수 106안타) 7홈런 56타점 OPS 7할6푼의 성적을 남기고 첫 풀타임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다만, 야구 욕심이 많은 김상호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올시즌 성적이었다. 박종윤과 1루 경쟁을 하면서 출장 기회가 줄었다. 결국 가슴에 품었던 목표와는 점점 멀어졌다.
김상호는 "처음에 1군 올라왔을 때는 목표가 없었는데, 출전 기회가 생기면서 '규정타석·120안타, 10홈런'이라는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정타석에 들 수도 있었는데,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아쉽다. 대신 이룰 수 있는 목표에 집중했고 100안타를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시즌 100안타는 타자들에 특별한 의미다. 그 시즌 주전으로 나서며 꾸준하게 활약을 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2주동안 기다렸다"고 말한 그는 "100안타가 가까워지자 형들도 카운트다운을 해줬고 나도 집중하려고 했다. (강)민호 형이 첫 100안타 공도 챙겨줘서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뜨거웠던 5월이 지나고 6월 타율 2할1푼8리로 슬럼프에 빠졌다. 본인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것을 원인으로 진단했다. "좋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팀이 나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많은 부분을 바꾸려고 했다"며 김상호는 슬럼프 당시를 되돌아봤다.
결국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주위 형들에 조언을 구했다. 그는 "형들에 달라붙어서 물어보고 했는데, 계속 바꾸려 하기 보다는 장점을 극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첫 풀타임 시즌에 체력의 중요성도 절감했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의 공통된 문제 의식이었지만 김상호는 애초에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그는 "처음에는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칠 수 있는 공들이 파울이 되다 보니 체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 기술은 그 다음이었다"면서 "쉴 때 잘 쉬면서 144경기를 치를 몸을 만들고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전했다.
또한 장타력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김상호의 포지션은 1루수다. 장타자들이 득실거리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김상호의 올시즌 홈런은 7개, 장타율은 4할2리였다. 1루수로는 장타력이 다소 아쉬웠다. 군 입대 직전 시즌에서 2루타를 펑펑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였지만 홈런이나 2루타가 아닌 단타가 주로 나왔다.
김상호 본인도 장타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장타에 욕심을 내고 싶다. 겨울 휴식기 동안에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 것 같다"면서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폼을 만들고 의식하다보면 폼이 무너진다. 지금의 타격폼을 가져가되 힘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폼을 만들 것이다"며 비시즌의 또 다른 목표를 밝혔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직접 느낄 수 없는 많은 부분을 첫 풀타임 시즌에 느꼈다. 그렇기에 "목표 이상으로 좋은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아섭, 강민호, 황재균 등의 국내 최정상급 타자들 틈바구니에서 한 시즌을 보낸 것도 그에게는 큰 자산이었고, 자극제였다. 여전히 아쉬웠다. 그는 "야구 욕심이 더 생긴 한 시즌이었다. 더 욕심을 내고 더 큰 목표를 잡아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구체적 목표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일단 그의 다음 시즌 1차적인 목표는 완벽한 주전 1루수다. 그는 "이제부터는 144경기 동안 선발 오더를 보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주전을 꿰차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 욕심과 주전 경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한 마디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