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LG)이 플레이오프에서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을까.
봉중근의 경력은 화려하다. 신일고 시절부터 투타 만능 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봉중근은 야구에 본고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국내 무대 복귀 후 3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 무대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2012년부터 뒷문 단속에 나선 그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달성했다.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늘 좋을 수는 없다. 봉중근은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 선발 복귀를 선언했으나 두 차례 등판하는데 그쳤다. 시즌 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는 등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으나 부상이라는 불운까지 겹쳤다. 2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허벅지 부상으로 연습 경기 등판 계획이 무산됐다.
올 시즌 19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2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4.95. 그가 지금껏 쌓았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봉중근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2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1-5로 승부가 기운 뒤 마운드에 올랐지만 노련미 넘치는 투구로 희망을 안겼다. 봉중근의 호투는 승리 못지 않은 소득과도 같았다. 양상문 감독은 "다음 시리즈에 올라가면 활용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넥센을 3승 1패로 꺾은 LG는 오는 15일부터 NC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봉중근에게는 자존심 회복을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에릭 테임즈, 나성범, 박민우, 조영훈, 이종욱 등 NC 좌타 라인을 봉쇄하기 위해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봉중근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 사이드암 우규민 대신 선발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 시즌 NC 상대로는 ⅔이닝 던진 것이 전부.
그토록 바라던 가을 야구의 꿈을 이룬 LG. 봉중근이 그 중심에 설 수 있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