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을 격파하며 진화한다.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린다.
LG 트윈스의 가을 신바람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5-4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LG는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준플레이오프를 통과, 오는 21일 마산구장에서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임한다.
누구도 LG의 가을이 이렇게 뜨거울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전력평가는 하위권이었다. 실제로 전반기를 마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8위에 자리했었다. 하지만 LG는 후반기부터 대반전을 이뤘다. 데이비드 허프의 합류로 선발진이 두터워졌다. 새로운 불펜 필승조 김지용과 임정우는 경험을 쌓으며 안정감을 더했다. 미생이었던 신예타자들은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리며 성장했다. LG는 후반기 승률 2위(0.587·37승 26패 1무)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포스트시즌에선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며 더 강해지고 있다.
▲ 수비로 넥센 제압...WC 1차전 실수가 약 됐다
큰 경기는 실수를 덜하는 팀이 이긴다. LG는 KIA와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수비 에러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선 시리즈 내내 넥센보다 안정된 수비력을 뽐냈다. 시작부터 강한 매를 맞은 게 약이 됐다. 반면 넥센은 1차전 초반부터 타구판단 미스로 선취점을 내줬고, 4차전까지 내야진에 크고 작은 실수들이 반복됐다. LG는 2차전 1회를 제외하면 문제없이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히메네스는 타격 부진을 수비로 만회하려는 듯 단단한 수비로 내야진을 안정시켰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더블플레이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수비에선 누구보다 꾸준했다. 외야수들도 넓은 수비범위와 정확한 송구로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정상호와 유강남은 포수진의 신구조화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정확한 전력분석을 통해 넥센의 다리를 묶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LG는 투수 견제와 외야수들의 강한 어깨로 넥센의 주루플레이를 저지했다. 양상문 감독은 “시리즈에 앞서 넥센 선수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파악했다. 우리 선수들이 준비를 잘 했고 틈을 내주지 않았다. 수비 시프트도 잘 통했다”고 말했다.
▲ 이동현·봉중근 베테랑 부활...무한탄창 장착한 불펜진
준플레이오프 기간 LG의 가장 큰 수확은 마운드 업그레이드다. 이동현과 봉중근 두 베테랑 투수가 건재함을 과시하며 전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두 투수 모두 어느 때보다 험난한 정규시즌을 보냈으나, 준플레이오프를 반전무대로 만들었다.
이동현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2⅓이닝 무실점 투구에 이어, 4차전에선 2⅓이닝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류제국이 조기강판됐으나 이동현을 시작으로 불펜진이 7이닝 무실점을 달성,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이동현은 묵직한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하단에 꽂아 넣었고, 평소에 구사하지 않았던 커브를 추가해 넥센 타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봉중근도 2차전서 특유의 과감한 몸쪽 승부,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을 활용한 오프스피드 피칭으로 노련함을 과시했다.
준플레이오프 활약만 놓고 보면, 이동현은 불펜 필승조, 봉중근은 선발진 진입이 가능하다. 이동현을 김지용 정찬헌 임정우로 이뤄진 필승조에 포함시키고, 봉중근은 NC 좌타라인을 감안해 선발 등판시키는 것이다. 추격조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였던 두 투수가 부활하면서 LG 마운드는 올 시즌 들어 가장 두터워졌다.
기존 필승조도 건재하다. 김지용 정찬헌 임정우 모두 포스트시즌 무실점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용은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고, 임정우는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세이브 2개를 올렸다. 정규시즌 막바지 극적으로 복귀한 정찬헌은 기대 이상의 투구내용이다. 구위와 제구, 그리고 커브를 활용한 볼배합까지 지난해 보다 정교한 투구를 하고 있다. 3차전과 4차전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라 연투도 가능함을 증명했다.
▲ 히메네스·채은성 4차전서 맹타, 중심타선 부활?
포스트시즌 기간 수비와 마운드는 향상됐으나, 클린업의 폭발력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4차전을 통해 중심타선의 부활 가능성도 높아졌다. 4차전서 박용택 히메네스 오지환 채은성이 모두 멀티히트에 성공, NC와 플레이오프에 앞서 예열을 마쳤다. 마산에선 화끈한 공격야구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LG는 3번 타순부터 6번 타순까지 박용택 히메네스 오지환 채은성을 배치시키고 있다.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이면 채은성이 5번, 오지환이 6번으로 간다. NC가 구창모를 선발 등판시키지 않는 이상, 중심 타선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시즌 NC를 상대로 박용택은 3할3푼9리 OPS 0.858, 히메네스는 타율 3할2푼7리 OPS 1.043, 채은성은 타율 3할3푼3리 OPS 0.883으로 활약했다. 오지환이 NC전 타율 1할5푼2리에 그쳤지만, 최근 타격감은 LG 타자 중 가장 좋다.
▲ 분위기 탔다...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준플레이오프 4차전 MVP에 선정된 이동현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때도 가장 밑에서부터 올라갔었다. 당시 나와 용택이형이 신인이었는데, 최근 들어 그 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는 2002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를 시리즈 전적 2승 0패, 플레이오프에선 KIA를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이후 LG는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한국시리즈를 멀리서 구경만 했다. 2013년과 2014년 기회가 있었으나, 2승이 모자라 한국시리즈에 닿지 못했다.
양상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우리는 시즌을 통해서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기록적으로도 9월 10월 팀 성적이 좋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 본다. 이게 우리의 최대 장점이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그리고 양 감독의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LG는 혈투를 거듭하며 팀 전체가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단 전체에 서로를 격려하고 파이팅을 불어넣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주루 사인 미스를 낸 유지현 코치에 대해 “3차전이 끝난 후 유 코치에게 괜찮다고 했다. 그동안 유 코치 덕분에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나. 결정적인 순간 유 코치의 사인으로 득점을 낸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유 코치에게는 하던 대로 계속 과감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동현은 “올 시즌 초반부터 우리가 1994년처럼 우승을 할 것이라 봤다. 1994년처럼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팀 전력이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선수마다 1994년 멤버를 하나씩 맞춰봤다. 나는 차명석 코치님 역할을 하기로 했었다. 정규시즌 중에는 전혀 못했으나, 이제라도 조금이나마 하고 싶다. 패전조든 추격조든 자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꼭 한국시리즈에 갈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