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 시즌' 황덕균, 야구 후배들에게 던진 희망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10.18 10: 20

올 시즌 데뷔 첫 승과 함께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까지, 드라마를 썼던 황덕균(33, 넥센 히어로즈)이 야구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황덕균은 2002년 두산의 2차 4라운드(전체 33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결국 2004년에 방출된 후 사회인 야구, 일본 독립리그를 전전했다. 끝까지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NC 다이노스가 창단한 후 2012시즌을 앞두고 테스트를 통해 입단했다. 이후 스카우트직을 제의 받기도 했으나 도전을 계속했고 2014년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2군에서 뛰었던 kt는 중고참급 선수들이 없었다. 황덕균은 마운드에서 ‘큰 형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어린 동생들을 이끌었다. 첫 1군 진입이었던 2015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그러나 1군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36의 성적을 남기고 다시 방출됐다. 우여곡절 끝에 넥센에서 새 출발을 했다. 프로 4번째 유니폼이었다. 그리고 황덕균은 지난 9월 1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프로 입단 14년 만에 맛본 승리였다.

많은 경기에 뛰었던 것은 아니다. 올 시즌 7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3.31(16⅓이닝 6자책점)을 기록했다. 또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한 차례도 등판하지 못했지만 황덕균에게는 감격의 시즌이었다. 황덕균의 드라마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2014년 kt에 입단했다가 프로의 꿈을 접었던 투수 정수봉(27)은 최근 다시 프로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황덕균의 1군 첫 승 소식이 원동력이 됐다.
개성고-경성대를 졸업한 정수봉은 프로 경험 없이도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소화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타면서 kt 유니폼까지 입었다. 포크볼이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방출됐다. 이후 부산 대동중학교에서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수봉은 “야구 코치로 열심히 하는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다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몸을 열심히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그런데 같이 생활하던 (황)덕균이형이 그렇게 간절하게 목표했던 1승을 올리는 것을 봤다. 그걸 보면서 나도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kt에서 뛰었던 외야수 유영현도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던 도중 황덕균의 소식을 듣고 마음을 다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황덕균은 “그게 큰 힘이 됐다면 저의 할 도리를 한 것 같다. 저도 그런 어려움을 다 겪어봤고 그래서 여기 있는 것이다”라면서 “주위에서 안 된다고들 하지만 감동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걸 보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행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수봉이 뿐만 아니라 독립리그에서 뛰는 그런 선수들이 많을 것이다. 힘을 냈으면 좋겠다. 저도 기분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넥센의 가을 야구는 끝이 났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었던 황덕균도 등판 없이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황덕균의 희망적이었던 올 시즌은 야구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krsum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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