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수비 실책 이후 '준PO MVP' 반전
퐁당퐁당 PS, 높아진 비중 PO에서는?
누가 별명을 지었는지 몰라도 정말 기막히게 잘 지었다. LG 유격수 오지환(26)이 올 가을야구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좋은 의미에서든 그렇지 않든 포스트시즌은 오지환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오지환에게 '지배자'라는 별명은 프로 2년차 시절이었던 2010년부터 생겼다. 당시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주전 유격수가 된 오지환은 그해 리그 최다 27개 실책을 저질렀다. 상당수 실책이 승부처에서 터져 나왔고, 클러치에러로 경기를 지배한다는 의미에서 이 별명이 붙었다.
처음에는 안 좋은 의미였지만 혹독한 성장통을 겪은 오지환은 조금씩 좋은 의미에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수비에서 예기치 못한 실수들이 나오곤 있지만, 그 이상으로 뛰어난 호수비와 결정적인 타격으로 만회하며 연일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실책으로 LG의 패배를 자초했다. 1회와 4회 두 번 포구 실책을 범했는데 4회에는 결승점으로 연결된 실책이라 뼈아팠다. 하지만 2차전에서 오지환이 두 번의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내자 LG도 끝내기 승리로 웃었다.
와일드카드 2경기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오지환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세를 올렸다. 4경기에서 공식 기록된 실책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수비를 했고, 타격에서 12타수 6안타 타율 5할에 4타점 2득점 4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LG가 3승1패로 승리했고, 준플레이오프 MVP는 오지환의 몫이었다.
특히 4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4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사실 이날 경기도 오지환은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하나 있었다. 2회 1사 1·2루에서 박동원의 유격수 깊은 쪽 타구를 쫓아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공은 포켓을 맞고 튀어 나와 파울라인 바깥으로 벗어났다. 박동원의 2루타로 처리됐지만 실책에 가까운 오지환의 플레이로 LG는 추가 3실점했다.
하지만 오지환은 3회 추격의 1타점 적시타와 8회 승부를 가른 결승타까지 4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만회했다. 말 그대로 경기를 지배한 하루. 오지환은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많이 나온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지만 생각을 달리했다. 실책하면 방망이로 만회하자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21일부터 시작될 NC와 플레이오프에서도 LG는 오지환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격수로 센터라인의 중심을 잡아야 할 뿐만 아니라 타격에 있어서도 5번 중심타선에 배치돼 공수에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 시즌 NC전 16경기에서 46타수 7안타 타율 1할5푼2리 3홈런 6타점으로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사사구를 13개나 얻어 출루율(.393)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오지환은 포스트시즌 내내 상대 유격수와 비교선상에 오르고 있다. NC에는 베테랑 유격수 손시헌이 있다. KIA 김선빈, 넥센 김하성보다 경험이나 견고함에서 한 수 위 상대. 오지환은 "경험은 손시헌 선배님이 많지만 자신감은 제가 한 수 위"라고 자신했다. 플레이오프도 지배할 준비가 된 오지환이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