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염경엽, 3위 기적에도 예고된 이별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10.17 22: 44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전격 사퇴를 발표하며 충격을 안겼다.
넥센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 패배를 당했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며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넥센은 LG에 일격을 당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임한 염 감독은 차분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염 감독은 "4년 동안 따뜻한 성원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하다. 꼭 우승하고 싶었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 구단과 팬들께 우승을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이어 "개인적으로 2014년 우승의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쉽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 오늘부로 넥센 감독직을 물러날 생각으로 하고 있다. 넥센은 5년 동안 야구 인생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했다. 우리는 정말 함께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염 감독은 2013년 파격적으로 넥센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현역 시절의 낮은 커리어로 인해 리더십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으나 이장석 넥센 대표는 "저와 야구관이 가장 잘 맞는 분이었다"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염 감독은 부임 시즌부터 4년 간 넥센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며 명장과 현역 커리어는 별개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맞이해 매 시즌 발목이 잡힐 때마다 구단과 염 감독은 마찰을 빚었다. 특히 이 대표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실패 후 염 감독을 해임할까 하다가 말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에 염 감독이 크게 상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단과 염 감독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신생구단 특별 지명, 2차 드래프트 등에서 구단과 염 감독의 생각이 갈린 것도 여러 차례였다.
올 시즌 중에는 타 구단으로의 이적설이 들리기도 했다. 아직 2017시즌까지 계약이 남아있는 염 감독은 "이런 이야기가 들려서 나에게 좋을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선수단 뿐 아니라 타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단에까지 이야기가 퍼지며 기정사실화됐다. 염 감독으로서는 이 부분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넥센 구단과 염 감독의 엇갈린 생각은 결국 팀의 계속된 호성적에도 감독 사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다. 염 감독은 "조용하게 사퇴했으면 한다. 4년 동안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부터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과 부족한 부분을 준비하고 채워가는 시간을 갖겠다"고 사퇴 후 계획을 밝혔다. 넥센 구단은 "사퇴 발표가 급작스럽다. 곧 구단 공식 발표를 하겠다"고 전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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