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3번이나 받고 복귀한 뒤 "나의 마지막 인대도 LG에 바치겠다"고 말하며 영원한 LG맨을 다짐한 투수 이동현(33)이 투혼과 희생으로 팀의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게 만들었다.
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와의 4차전 경기에서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연히 역전 결승타를 때려낸 오지환이 히어로였다. 하지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2⅓이닝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베테랑 투수 이동현은 역전승의 큰 발판을 만들었고 팀에 메시지를 던졌다. 이동현은 박수갈채를 받을만한 완벽한 활약이었고 역전승에 큰 밑거름을 만들었다.
이날 LG는 선발 류제국이 흔들렸다. 2회 집중타를 얻어맞으면서 대거 4점을 헌납했다. LG 벤치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3회부터 투수는 이동현으로 바뀌었다.
시리즈를 매듭지을 수 있는 경기, 하지만 스코어는 뒤져 있는 상황에서 4점의 점수를 붙들어둬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경기 초반이었기에 더 이상 추가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이동현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테랑 답게 마운드를 지배했다. 손쉽게 타자들을 처리했다. 3회 선두타자 김하성을 좌익수 뜬공, 윤석민을 우익수 뜬공, 대니돈을 3루수 직선타로 요리하며 넥센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동현이 3회를 막아내면서 달아오른 넥센의 분위기는 잠잠해졌다. 대신 LG는 반격을 개시할 수 있는 흐름이 조성됐다. 베테랑 투수의 희생이 타선을 일깨웠다. 결국 3회말 오지환의 적시타와 채은성의 유격수 내야 안타에 이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만회했다.
분위기를 바꾼 뒤 이동현은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위기를 막아냈다. 4회에도 김민성을 3루수 땅볼, 이택근울 우익수 뜬공, 그리고 박동원을 삼진으로 솎아내며 4회 역시 실점을 막아냈다.
LG 벤치는 이동현에게 5회 역시 맡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5회 마운드에 오르고 선두타자인 임병욱을 상대하기 전 오른쪽 종아리에 근육통을 호소했다. 이동현은 '이미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투수가 이닝의 처음에 파울라인을 넘어서면 그 투수가 첫 타자가 아웃 되거나 1루에 출루할 때까지 투구해야 한다'는 공식야구규칙 3.05 (d)항에 의거, 임병욱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윤지웅과 임무를 교대했다. 이동현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르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이동현의 투혼에 선수들 역시 응답했다. 2-4로 뒤진 5회말 2점을 추가하면서 4-4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이후 소강상태로 흐른 경기는 8회말 다시 요동쳤고, 2사 1,2루에서 오지환의 결승타가 나왔다. 이동현의 투혼을 헛되이 만들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이동현은 불펜의 주연에서 뒤로 밀려났다. 추격조 역할이었지만 희생했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⅓동안 무실점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이날 역시 이동현은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하면서 희생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LG의 산증인이자, 팔꿈치 수술을 3번이나 하고도 LG에 인대를 바치겠다고 말한 베테랑의 이날 희생은 경기에 큰 울림을 만들었다. /jhrae@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