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불펜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넥센 불펜 투수들의 정규시즌 평균자책점은 4.54였다. 이는 리그 1위 NC(4.15)에 이어 2위 기록이었다.
예전 넥센 불펜의 강력함을 이끌었던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은 모두 부상 및 이적으로 빠진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선전 이상의 단어도 무리는 아니었다. 새 마무리 투수가 된 김세현은 36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에 올랐고, 이보근은 25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따냈다. 김상수도 6차례의 구원승과 21홀드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넥센이 약해진 전력에도 정규시즌 3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우려가 있었다. 주축 불펜 투수들이 유독 LG를 상대로 좋지 않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김세현이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을 뿐, 김상수(12.15)와 이보근(11.37)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10점대였다. 마정길(6.35), 오주원(8.44) 등 다른 주축 불펜 투수들의 성적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 넥센을 꾸준히 괴롭혔다. 1차전에서는 6회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가 1이닝 동안 급격하게 흔들리며 2실점을 했다. 0-4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승부를 붙잡고자 필승조를 올렸지만 오히려 경기 흐름이 넘어가는 장면이 됐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주원도 ⅓이닝 1실점으로 씁쓸함을 남겼다.
3차전에서도 1-2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오른 이보근이 기록상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기는 했으나 책임 주자에게 모두 홈을 허용했다. 안타 1개, 볼넷 1개를 허용했다. 자책점만 없었을 뿐 역시 뼈아픈 실패였다.
4차전도 분전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넥센은 4-2로 앞선 5회 선발 맥그레거가 박용택과 히메네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렸다. 여기서 넥센은 좌타자 오지환을을 상대하기 위해 좌완 오주원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중전 안타를 맞고 만루를 허용했다. 넥센은 다시 김상수를 올려 총력전에 들어갔지만 채은성 타석 때 윤석민의 아쉬운 파울 플라이 포구 실패에 이어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허무하게 1점을 내줬다. 김상수는 양석환의 유격수 땅볼 때 동점을 내줬다.
이후 김상수와 이보근이 추가 실점을 막으며 버텼으나 타선 지원은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김세현을 8회 시작부터 올리는 강수를 썼으나 이 수도 통하지 않았다. 김세현은 1사 후 볼넷 2개를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더니, 2사 1,2루에서 오지환에게 결승 적시타를 맞고 주저 앉았다. 올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인 넥센 불펜이었지만 끝은 지나칠 정도로 가혹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