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야구의 핫 포지션 유격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승부를 가른 선수들은 양 팀 유격수였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넥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양 팀 유격수들에 의해 승부가 요동쳤다. LG 오지환, 넥센 김하성 모두 승부의 요소요소마다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두 선수 좌충우돌 수비가 있었지만 8회 결승타 포함 4안타를 몰아친 오지환이 마지막에 웃었다. LG도 오지환의 활약에 힘입어 5-4로 역전승, 넥센을 3승1패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먼저 오지환의 수비가 경기 흐름을 흔들었다. 2회초 1사 1·2루에서 넥센 박동원이 유격수 쪽으로 빗맞은 타구를 쳤다. 타구가 조금 느렸지만 깊었고, 오지환이 빠르게 쫓아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오지환의 글러브 끝을 맞고 튄 공이 좌측 파울라인 바깥으로 굴절됐다. 그 사이 2루 주자 김민성이 3루를 지나 홈까지 들어갔다.
오지환의 글러브가 공을 때리지 않고 막기만 했어도 1사 만루로 막을 수 있었지만, 실책성 수비 때문에 1점을 주며 2·3루 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흔들린 선발 류제국은 결국 서건창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고, 2회에만 4실점을 줘야 했다. 예상하지 못한 수비 미스 하나가 대량 실점이 된 것이다.
넥센 유격수 김하성의 수비도 마찬가지였다. 3회말 2사 1·2루에서 LG 채은성의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향했지만, 김하성이 빠르게 쫓아가 캐치했다. 잡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2루 백토스가 문제였다. 커버를 들어간 2루수 서건창의 머리 위로 토스가 높게 들어갔다.
서건창이 점프를 했지만 김하성의 토스는 높이뿐만 아니라 방향도 반대로 빗나갔다. 토스한 공이 땅에 떨어진 사이 2루 주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홈에 들어오며 LG가 추격의 득점을 올렸다. 채은성의 내야안타이자 김하성의 송구 실책으로 처리됐고, 스코어는 4-2로 좁혀졌다.
김하성의 실책은 6회말에도 나왔다. 김용의의 깎여 맞은 타구에 대시한 뒤 역동작으로 송구를 했지만 1루수 윤석민의 위로 향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합의 판정 끝에 최종 판정 세이프로 번복돼 김하성은 이날 경기 두 번째 송구 실책을 기록했다.
수비에서 두 선수 모두 우왕좌왕했지만 타격에 의해 완벽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오지환은 2회 수비 실책 이후 첫 타격에서 우중간 안타를 때린 뒤 3회 중전 적시타로 LG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5회말 무사 1·2루에서도 바뀐 투수 오주원에게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정타는 8회 나왔다. 4-4 동점으로 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넥센 마무리 김세현을 상대로 우측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고, 2루 주자 이천웅을 홈에 불러들였다. LG의 5-4 승리를 이끈 결승타였다. 5타수 4안타 2타점. 아쉬운 수비가 있었지만 타격으로 경기를 지배한 오지환이었다.
반면 김하성은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침묵했다. 1회 루킹 삼진, 3회 좌익수 뜬공, 6회 우익수 뜬공으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4-4 동점으로 맞선 7회에는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로 찬스를 연결하는 데 만족했다. 넥센은 9회 승부를 뒤집지 못한 채 4-5로 졌고, 김하성에게 더 이상의 만회 기회는 오지 않았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