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겁 없이' 달려온 2016년 질주를 준플레이오프에서 접었다.
넥센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점을 냈지만 역전당하며 4-5로 패했다.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넥센은 LG의 기세에 밀리면서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넥센의 정규 시즌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전이었고 의미가 있었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기자에게 "'차포마상'이라는 단어 쓰기 지겹겠다"는 농담을 건넸다. 기자들의 거의 모든 기사에 들어가있던 단어였고 그만큼 넥센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 20승 투수(후에 돌아오기는 했지만)와 마무리 투수가 팀을 떠났고 필승조 2명이 수술대에 올랐다. 이전 해 40홈런 유격수가 해외에 진출한 데 이어 50홈런 4번타자가 꿈을 좇아 떠났고 2015 시즌 최다안타왕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굵직한 보직 외에도 선발 요원이 입대했고 우타 대타 요원이 2차 드래프트로 떠났다.
그러나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은 "선수가 떠났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넥센의 한 선수는 시즌 전 "어린 선수들에겐 더 좋은 기회"라고 말했고 한 코치는 "어느 팀이 더 위에 있는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일"이라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이들의 이적을 위해 준비했던 카드들이 빛을 발했다. 3년차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완전히 꿰찼고 유망주로 기회를 받은 박주현, 임병욱, 그리고 군대에 다녀온 신재영, 박정음, 김상수, 이보근 등이 각각 새 보직을 맡아 활약했다. 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든 이들이, 10개 구단 중 최저 연봉 10위의 기적을 만들어낸 주역들이었다.
3월 시범경기 도중 부상을 당한 조상우 대신 선발 자원으로 낙점된 신재영이 1군 시즌 첫 해 15승(7패) 투수 반열에 오르며 리드 다승 공동 3위에 올랐다. 예비역 이보근은 데뷔 11년 만에 홀드왕(25홀드) 타이틀을 달았다. 타석에서는 풀타임 2년차인 고종욱, 김하성이 빛났다. 김하성은 이종범, 강정호 다음으로 역대 3번째 20홈런-20도루 유격수가 됐다.
하지만 가을 야구는 짧았다. 토종 선발 자원들이 후반기 체력 난조를 보이며 올해도 3선발제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4차전에서 발목을 잡았다. 넥센 투수 중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는 4명 뿐이었다. 밴 헤켄이 없었다면 2차전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야수들 역시 경험 부족에서 고배를 마셨다. 타선은 시즌 득점권 타율 1위(.306)를 자랑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상대 마운드에 막히며 좀처럼 득점 루트를 만들지 못했다. 수비와 작전에서도 미숙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4차전에서도 기록된 실책만 2개, 파울플라이를 놓치거나 타구 판단 미스가 많았다.
넥센은 올해가 아닌 내년, 내후년을 바라보고 있다. 염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주전 중견수로 시즌 타율이 2할4푼9리에 머물렀던 임병욱을 기용하며 이번 포스트시즌은 미래를 위한 디딤돌임을 시사했다. 선발 자원과 경기 경험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 올해 넥센 준플레이오프의 패배 속 큰 소득이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