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가을 무대를 밟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단장을 동시 교체했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격이다. 제14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한수 감독은 "젊고 활력 넘치는 새로운 팀 컬러를 구축하고 신인 유망주 육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세대 교체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급진적이고 인위적인 세대 교체는 지양해야 한다. 신구 조화를 통한 세대 융합형으로 점진적인 물갈이를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롤모델과 같은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보고 배우는 게 큰 힘이 된다. 그만큼 이승엽과 권오준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승엽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승엽은 야구장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조금 쉬엄쉬엄 할 만도 한데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이승엽은 대구 홈경기가 열릴때면 정오 전후에 야구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한다. "집보다 야구장이 더 편하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찌감치 은퇴 시점을 정해 놓고 그라운드를 뛰는 이승엽에게 만족이란 건 없다.
지키는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던 권오준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권오준은 삼성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와 같다. 2006년 홀드 부문 신기록을 세우는 등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명성을 떨쳤던 권오준은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선수 생명에 큰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보란듯이 재기했다.
안지만이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팀을 떠나게 된 가운데 빨간 불이 켜진 삼성 계투진에 관록의 힘을 보여줬다. 41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3패 7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88. 전성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지만 수치상 성적만으로 권오준의 존재 가치를 판단해선 안된다.
정현욱을 비롯한 투수진의 기둥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면서 삼성 투수진만의 전통이 다소 퇴색되는 분위기다. 그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권오준의 역할은 중요하다. 팀이 위기에 처했을때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해줘야 할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승엽과 권오준이 투타 맏형으로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