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28, LA 다저스)의 투혼이 모든 악재들을 말끔히 지웠다. 지구 최고의 투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커쇼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다저스는 1-0으로 승리해 1승 1패를 만들고 홈으로 가게 됐다.
정규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2.37로 막강한 커쇼지만, 가을만 되면 작아진다는 비난 아닌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날 이전까지 그의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4.79로 정규시즌의 2배 이상이었다.
특히 경기 후반이 문제였다.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마무리로 나와 세이브를 따내기 전까지 그의 포스트시즌 7회 이후 평균자책점은 무려 28.93이었다. 6회까지는 3.06으로 그나마 자신의 정규시즌 모습에 근접했으나, 투구 수가 누적된 뒤의 커쇼는 냉정히 말해 평균 이하의 투수였다.
이날도 7회말에 위기가 찾아왔다.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승승장구한 커쇼는 팀이 1-0으로 앞선 7회말 선두 앤서니 리조를 맞아 연속으로 볼 4개를 던져 출루를 허용했고, 후속타자 벤 조브리스트 타석에서는 포수 뒤쪽으로 평범한 파울 플라이가 나왔으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1루수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쫓아가고도 어이없는 실책을 범해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했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커쇼도 이때는 좌절한 듯 양 팔을 무릎에 의지하고 잠시 허리를 굽히는 동작을 취했다. 하지만 곧바로 스트라이크 존에 강력한 포심 패스트볼을 넣어 루킹 삼진을 잡고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2명도 범타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그리고 8회부터는 마무리 켄리 잰슨이 책임졌다.
남다른 커쇼의 승부근성과 투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실망한 듯 크게 소리치며 스스로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모습을 마운드 위에서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바람이 결과로 이어졌다.
팀을 위한 헌신 역시 커쇼만한 선수가 없다. 그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팀이 2승 2패로 맞서고 있자 최종전인 5차전 마무리 등판도 자처하며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올라와서는 피로를 잊은 피칭으로 1패 뒤 반격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올해는 정규시즌에 미처 해주지 못한 것을 10월에 해주고 있는 모양새다. /nick@osen.co.kr
[사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