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질책보다 칭찬…양상문 철학이 LG 바꿨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17 10: 46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단순히 젊어진 것에 그치지 않는다. 덕아웃의 분위기까지 180도 바뀌었다. 리빌딩과 신구조화를 이룬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서도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LG는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1로 승리,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전망됐던 팀이 3위 넥센을 압도하며 더 높은 곳을 응시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LG의 경기력이다. 실수가 반복되면서도 단단해진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시즌 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야수들의 집중력도 뛰어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3차전 승리의 주역 유강남은 첫 타석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쳤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다음 타석에선 초구를 공략해 결승 투런포를 터뜨렸다.   

경기 후 유강남은 홈런을 친 것과 관련해 “첫 타석 득점권에서 내 스윙을 못하고 어이없는 스윙을 했다. 그러자 정성훈 선배님이 ‘초구를 왜 못쳤냐’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차피 못 칠 거면 자신 있게 돌리자고 생각해 두 번째 타석에선 눈이 보이는 공을 쳤다”고 말했다. 
LG는 3회말 2사 1, 2루에서 히메네스의 내야안타로 만루를 만드는 듯싶었다. 그러나 2루 주자 손주인이 3루를 지나 홈까지 향하다가 어이없게 아웃됐다. 유지현 주루코치의 사인 미스로 주루사가 나오며 허무하게 이닝이 종료됐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LG는 4회부터 단 하나의 실수도 범하지 않으며 경기 내내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히려 정규시즌 도루 1위를 기록한 넥센의 주자들을 묶었다. 7회말 1사 만루에서 오지환이 침착하게 타석을 소화하며 밀어내기 볼넷, 2사 만루에선 양석환의 내야안타로 승리에 다가갔다. 찬스에서 흥분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했다.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손주인의 주루사와 관련해 “경기 중에는 주루 미스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 끝나고 다시 보면서 확인해야 할 것 같다. 경기 중 코치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선수들이 위축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LG 덕아웃에선 그 누구도 질책하지 않는다. 조언과 격려만 존재한다. 그리고 승리로 향하는 결정적인 플레이가 나오면 어느 팀보다 뜨겁게 환호한다. 
주장 류제국은 “올해 들어 우리 팀이 많이 젊어졌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이 더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다. 감독님도 제안을 잘 받아주셨다”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분위기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때문에 모든 것에 긍정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했다. 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서로 웃자고 강조했다. 분위기 메이커인 임찬규, 윤지웅, 이형종 같은 선수들에게는 ‘언제든 나서도 된다. 우리 모두에게 웃음을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양상문 감독은 2014년 5월 LG 사령탑에 오르면서 “덕아웃 분위기를 확 띄울 수 있는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수단 분위기가 조금 경직된 느낌이 든다. 내 생각에는 (김)용의가 그런 역할을 잘 할 것 같은데, 당장 바뀌기는 쉽지 않나보다”고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2년이 지났고 올 시즌 김용의는 부동의 리드오프로 자리하며 팀 승리와 분위기를 모두 주도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적시타 후 강렬한 세리머니까지 선보였다. 이에 넥센도 2차전부터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양 팀 모두 분위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한다. 조금이라도 주눅 드는 팀은 패배와 가까워진다. 
양상문 감독이 경기 중 실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팀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한다. 양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던 임정우를 격려했다. 
임정우는 당시 상황에 대해 “감독님께서 1점 내줘도 되니까 주자에 신경 쓰지 말고, 홈런 맞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다른 야수들도 칭찬해주셨고, 이후 마음을 다잡고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임정우는 피안타 없이 넥센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렇게 LG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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