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의 시간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을 향한 팬심은 '칭송'에서 '비난'으로 돌아섰다.
2년 전 '한화 감독으로 영입하라'는 팬들의 1인 시위는 이제 '한화 감독에서 사퇴하라'는 시위로 180도 급변했다. 왜, 어떻게 김성근 감독의 인기는 추락했을까.
2014년 10월 중순, 한화그룹의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에는 한화 팬 두 명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였다. 목적은 같았다. 당시 김응용 전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난 한화는 새 감독 선임을 앞두고 있었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간절히 원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한화 팬의 빼앗긴 7년, 책임없는 무능한 코치진 아웃", "한화 팬 7년의 한(恨), 회장님 김성근 감독 영입으로 풀어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8일, 한화의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린 대전구장. 30여명의 한화 팬들은 대전구장 입구에서 '김성근 감독 사퇴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성근 감독을 반대하는 팬들이 집회 신고를 신청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가장 큰 규모의 시위였다.
사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 사퇴 시위는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지난 4월 23일에는 잠실구장에 '감독님 제발 나가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등장해, 경호요원들의 제지로 철거됐다. 대전구장에서도 4월 28일 TV 중계 화면에 제일 잘 노출되는 포수 후면석에서 일부 팬들이 김성근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수건을 펼쳐 들었다. 10월 3일 잠실구장 외야석에서 김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화팬들이 메시지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순히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성적을 이유로 들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의 독단적인 팀 운영, 투수들의 연이은 혹사, 앞뒤가 달라지는 발언 등을 꼬집으며 한화 구단의 미래를 위해 사퇴하라고 주장한다.
한화는 2014시즌 앞두고 160억원(보상금 포함)을 들여 외부 FA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했다. 2014년 가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뒤에는 투자액이 더 늘었다. 외부 FA 송은범, 권혁, 배영수 3명에 115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가을에는 외부 FA 정우람과 심수창에게 106억원, 내부 FA 김태균, 조인성에게 94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2년간 성적은 6위-7위, 적어도 포스트시즌에는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했다. 김성근 감독이 팀을 맡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처음, 2년 연속 승률 4할대를 기록한 것도 최초다. 엄청난 투자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변명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탓, 부상탓 등 다른 요인으로 책임을 돌리는 발언을 자주 하며 회피했다. 부임 직후부터 휴식없는 혹독한 스파르타 훈련, 투수 운영에서 특정 투수들의 혹사, 80년대 야구처럼 선발과 불펜의 구분없이 마구잡이식 운영, 체력과 기술을 고려하지 않고 특타와 특훈의 일상사 등 자신만의 고집과 독선으로 팀을 운영했다. 파열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김 감독의 요구에 따라 당장의 성적을 위해 30대 중반 FA 선수들을 영입하며 보상 선수로 유망주까지 잃었다. 신인과 신예 투수들은 2군에서 장단기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육성되지 못하고, 수시로 대전구장으로 불려와 불펜 피칭을 하는 등 육성의 일관된 방향성도 없어졌다.
시즌 후반 필승조 권혁, 송창식은 2년간 엄청난 투구 이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고 송창식과 권혁은 잇따라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다. 그동안 주위에서 '혹사'를 지적하며 '부상' 우려를 걱정했지만, "밖에서는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혹사가 아니다"며 일축한 김 감독을 향한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2년간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실패하고, 선수들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고, 팀의 미래 자원은 황폐해졌다. 온오프 라인에서 김성근 감독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SK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차지한 김 감독의 신뢰도는 2년만에 급추락했다.
한화팬들은 최근 한화 본사, 한화생명 63빌딩, 광화문 등에서 김성근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년 전 김성근 감독 영입을 전격 결정한 김승연 한화 구단주를 향한 외침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