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태클 걸기]'변별력 제로' K리그 평점, 기준 자격 없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10.17 05: 59

프로축구연맹의 선수 평점이 과연 여러 평가의 기준이 될 자격이 있을까.
지난 15일 충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주 험멜과 안산 무궁화의 K리그 챌린지 경기가 논란에 휩싸였다. K리그 챌린지 1위를 달리고 있는 안산 무궁화가 간신히 최하위를 벗어나 있는 10위 충주에 1-8의 엄청난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후 29초 만에 김도형에게 선제골을 내준 안산은 전반전에만 무려 5골을 허용했고, 후반전에도 3골을 더 내줬다. 강승조가 후반 13분 1골을 만회했지만 의미가 없었다. 경기가 시작 직후 골을 허용했다고 하더라도 7골 차 패배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였다.

그런데 경기 직후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이 나왔다. 프로축구연맹에서 책정한 충주와 안산의 선수 평점이다. 이날 7골 차의 엄청난 결과가 나왔음에도 충주와 안산 선수들의 평점은 큰 차이가 없었다. 충주는 평균 6.25점의 평점을, 안산은 평균 5.95점의 평점을 받았다.
4골을 넣은 충주의 하파엘이 7.5점, 2골을 넣은 김신이 7.0점, 각각 1골을 넣은 김도형과 쿠아쿠, 그리고 김한빈이 평점 6.5점을 받았고, 후반 투입된 엄진태(5.5)를 제외한 전원이 평점 6.0점을 받았다. 충주만 보면 평점 6.0 정도가 좋은 경기력의 기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안산의 평점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안산은 8골을 허용한 골키퍼 김대호와 수비진 등 대부분의 선수가 평점 6.0점을 받았다. 평점 6.0이 아닌 선수는 후반 교체 투입된 정성민(5.5점)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충주와 비슷한 평가를 보인 셈이다.
이해하기 힘들다. 일괄적으로 평점 6.0점을 부여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1골을 내준 골키퍼와 8골을 내준 골키퍼에 대한 평가가 같고, 수비진도 큰 차이가 없다. 득점을 올린 선수 정도만 차이가 있다는 건 납득할 수가 없다.
이날 경기서 안산은 태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안산이 내년 새로운 팀을 창단하고, 경찰청 소속의 기존 선수들은 새롭게 창단한 아산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산은 K리그 클래식 승격 진출권을 반납했다. 현재 안산 선수들은 동기부여를 할 것이 없는 상태다.
만약 안산이 태업을 했기 때문에 충주가 쉽게 골을 넣을 수 있어서 평점이 높지 않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면 반대로 안산 선수들의 평점을 땅을 쳐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안산의 태업 논란이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토록 변별력 없는 평점이 책정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라운드 베스트 11과 MVP를 선정하는 프로축구연맹은 선정 기준 중 하나로 선수들의 평점을 하나로 삼는다. 그리고 베스트 11과 MVP는 연말 시상식 후보 선정의 기준이 된다. 변별력이 없는 평점이 연말 최고의 선수들을 뽑는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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