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고희진, 삼성화재 코치로 변신
"신치용 단장 같은 대단한 지도자 목표"
"신치용 단장님처럼 지도자로서 '저 사람 대단하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
삼성화재의 '영원한 캡틴' 고희진(36)은 1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대한항공과 홈 개막전을 앞두고 유니폼이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경기 시작 후에는 코트 대신 벤치에 앉았다. 이제 더 이상 선수 신분이 아니었다. 현역 은퇴 후 코치로 변신한 고희진이 지도자로 첫 발을 뗀 순간이었다. 지난 2003년 삼성화재 입단 후 14년간 팀을 떠나지 않고 지키며 주전 센터와 주장으로 활약했다.
고희진은 이날 2세트를 마친 뒤 구단에서 마련한 은퇴식 행사를 코트에서 가졌다. 가족들과 함께 전광판에 현역 시절 영상을 보며 추억에 젖은 고희진을 향해 삼성화재 팬들은 '영원한 캡틴 고릴라 고희진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통천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감독 시절 고희진과 함께 우승 영광을 이뤄낸 신치용 단장 역시 직접 축하 꽃다발을 전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가진 고희진은 "은퇴 결정은 8월 중순 이미 했다. 선수로서 후회 없이 뛰었다. (발목) 부상이 조금 아쉽지만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의지로 이길 수 있는 부상이 아니라 선수로 더는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고 은퇴 소감을 담담하게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2010-2011시즌을 꼽았다. 당시 삼성은 시즌 초반 꼴찌로 추락했지만,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주전 센터이자 주장 고희진의 역할이 컸다. 그는 "처음 주장을 맡았고, 꼴찌에서 치고 올라간 시즌이라 가장 기억에 난다"고 영광의 시절을 떠올렸다.
이젠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마침 올 시즌 삼성화재는 그의 포지션인 센터 자리에 약점이 있다. 고희진은 "남들이 보기엔 어렵다고 말하지만 김규민과 하경민이 정상 궤도에 올라온다면 충분히 한국배구에서 큰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손태훈도 노하우를 잘 알려주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후배들의 잠재력을 주목했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지 묻나 고희진은 주저하지 않고 신치용 단장을 언급했다. "신치용 단장님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그 분처럼 한 팀에서 오랫동안 지도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 많은 배구인들에게 '저 사람 대단하다'는 말들을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고희진의 큰 포부다.
신치용 단장은 "지도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광야로 나온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할 것이다"면서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선 도와줄 테니 의지를 갖고 뭐라도 해보라"고 격려했다고. 고희진은 "앞으로 더 많이 준비하고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 있을 것이라 본다. 선수들 잘 지도해서 성장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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