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우리 갑순이', 어디서 '왕가네' 냄새 안나요?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0.17 06: 50

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는 문영남 작가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13년 '왕가네 식구들'로 KBS 연기대상 작가상을 받았던 인물. 그보다 먼저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으로 주말 안방을 '막장극'으로 인도했던 시청률 보증수표다.
'우리 갑순이'는 문영남 작가의 전작들에 비하면 '막장 요소'가 그나마 덜하다. 방송 초반에는 오랫동안 연애한 허갑돌(송재림 분)과 신갑순(김소은 분)이 아이를 갖게 되자 동거와 혼전임신 문제를 다루며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그렸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작가 특유의 막장 요소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허갑돌과 신갑순의 답답한 '고구마 로맨스'는 차치하더라도 재혼 가정을 이룬 신재순(유선 분)과 조금식(최대철 분), 전 아내 허다해(김규리 분)의 이야기가 그렇다. 

16일 방송된 '우리 갑순이' 16회에서 허다해는 자신의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조금식이 신재순이 낳은 똘이를 호적에 올리려고 하자 반대했다. 자신 때문에 이혼하게 됐는데도 뻔뻔한 얼굴로 "애들 내가 키울거야. 재산분할이랑 양육비 달라"고 요구했다. 
조금식은 허다해에게 질린 듯 보였지만 둘 사이 아이들이 있어서 완전히 끊지 못했다. 허다해와 있던 둘째 딸이 아프다는 호출에 자다 말고 병원으로 달려갔고 전처와 딸을 데리고 전 처가로 향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신재순은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하룻밤 자게 된 조금식은 출근하려고 했지만 전 장모 남기자(이보희 분)가 자신이 좋아하는 청국장을 끓였다는 말에 침을 삼켰다. 밥까지 두 그릇을 먹었을 정도. 이를 알리 없는 신재순은 밤새 기다리다가 아침밥을 차려놨다. 그러나 조금식은 회사로 출근했다. 
신재순에게 재혼생활은 가시방석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조금식의 큰 딸 초롱은 갈수록 차가워졌고 허다해는 가정을 흔들며 뻔뻔하게 굴었다. 조금식은 우유부단한 태도로 신재순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야말로 위태로운 재혼가정의 표본이었다.
이는 문영남 작가의 전작인 '왕가네 식구들'에서도 그려졌던 바다. 극 중 고민중(조성하 분)은 막무가내 전처 왕수박(오현경 분)과 이혼한 뒤 자신의 딸을 몰래 키우고 있던 오순정(김희정 분)과 새 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왕수박 때문에 이들의 단란한 가정은 무참히 흔들렸다. 
시청자들은 고민중의 '단호박' 선택을 기대했지만 결말은 달랐다. 30년이 지난 후 왕가네 식구들이 다 같이 모여 가족잔치를 열었는데 고민중은 전 처가인 이 곳에 오순정을 데리고 와 왕수박과 함께 나란히 앉았다. '왕가네 식구들'의 결말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고민중이 그랬든 조금식도 전처와 현재 아내 사이에서 답답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현실과 막장 사이에 자리한 '우리 갑순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고구마 100개 먹은 듯 가슴을 치고 있다. 
[사진]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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