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반 들어 부진의 늪에 허덕였던 박주현(넥센)이 가을 무대에서 확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올 시즌 넥센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주현은 9월 이후 5차례 등판을 통해 승패없이 평균 자책점 13.03으로 흔들렸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준플레이오프 엔트리 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박주현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에 박주현은 짠물 피칭을 뽐내며 믿음에 보답했다.
박주현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0-7로 뒤진 8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을 치렀지만 안정감있는 투구로 패배 속 희망을 선사했다. 염경엽 감독은 16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선발 신재영이 초반부터 투구 내용이 좋지 않으면 박주현을 바로 투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LG전 4차례 등판을 통해 1승(평균 자책점 1.96)을 거두며 강세를 보였던 박주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였다.
박주현은 1-2로 뒤진 5회 선발 신재영을 구원 등판, 1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실점(비자책)으로 잘 던졌다. 1-2로 뒤진 5회 2사 1,2루서 마운드에 오른 박주현은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채은성을 내야 땅볼로 유도하며 한숨을 돌렸다.
6회 양석환, 유강남, 손주인을 삼자 범퇴 처리한 박주현은 7회 선두 타자 김용의에게 좌전 안타를 얻어 맞았다. 곧이어 이천웅이 희생 번트를 시도했고 포수 박동원이 1루로 악송구하는 바람에 무사 2,3루 위기에 놓였다. 박용택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상황에 처했다.
넥센은 박주현 대신 이보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보근은 선두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의 강습 타구를 직접 잡아냈다. 곧이어 오지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서상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안정감을 되찾는 듯 했으나 양석환이 때린 타구가 2루수 서건창의 무릎에 맞고 굴절됐고 3루 주자 이천웅이 홈을 밟았다. 이보근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넥센은 LG에 1-4로 덜미를 잡히며 1승 2패 벼랑 끝 위기에 놓였다. 이 가운데 박주현의 호투는 한 줄기 희망과도 같았다. 데뷔 첫 가을 무대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여유있는 모습에 더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what@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