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패턴을 특별히 다르게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큰 무대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투구를 완벽하게 펼쳤다.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 타자의 몸쪽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승리를 이끌었다.
LG 트윈스 1선발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괴력을 발휘했다. 허프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허프의 호투에 힘입어 LG는 4–1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LG는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을 남겨뒀다.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경기 내내 비가 내렸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운드 상태도 악화됐다. 그런데 허프는 초지일관이었다. 1회부터 7회까지 정규시즌과 동일한 투구패턴과 볼배합, 구속, 로케이션을 유지했다. ‘빅게임 피처’의 포스가 잠실구장 전체를 휘어 감았다.
시작부터 상대의 발을 묶었다. 1회초 고종욱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김하성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고종욱을 1루 견제로 잡아내며 첫 이닝을 끝냈다. 좌투수의 장점을 살려 간결한 투구폼으로 1루 주자의 움직임을 완벽히 파악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자 컷패스트볼을 추가한 것도 평소와 비슷했다. 4회초 고종욱과 서건창을 모두 컷패스트볼로 내야땅볼 처리, 넥센 타자들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5회초 2사 2루 위기서 김지수를 상대할 때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날 경기 유일한 실점을 범했다. 투구 후 허프는 마운드가 깊게 파인 것을 발견하고, 심판진에 마운드 정리를 요청하는 여유를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7회초였다. 허프는 무사 2루 위기를 몸쪽 패스트볼을 통해 돌파했다. 김민성의 1루 땅볼로 1사 3루가 됐는데, 이택근과 끝질기게 몸쪽 승부를 펼치며 이택근을 1루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김지수를 상대하는 과정에선 몸쪽 패스트볼을 고집하다가 볼카운트 3B0S로 몰렸다. 그러자 허프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으로 볼카운트를 3B2S으로 만들었고, 몸쪽 체인지업으로 김지수의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위기서 탈출했다.
LG의 2016시즌은 허프 영입 전과 영입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전반기를 8위로 마쳤지만. 허프가 선발진에 포함된 후반기부터 무섭게 진격했다. 연승행진을 통해 중위권에 진입했고, KIA와 4위를 놓고 맞붙은 3경기서 허프가 2승을 따냈다. 허프는 포스트시즌서도 괴력을 발휘,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선서 7이닝 2자책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이날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 =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