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첫 우승, 역전 재역전 끝에 시간다 '환호', 앨리슨리 '눈물'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10.16 16: 26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우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더군다나 그것이 첫 우승이라면, 그 어느 관문보다 문턱이 높다. 심리적 중압감까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앨리슨 리(21)와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26)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에 대한 심리적 중압감을 누가 이겨 내느냐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쳤다. 여기서 이기는 선수에게는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상금 30만 달러)의 우승컵이 주어진다. 한판 대결 치고는 너무 큰 상이다. 중압감은 5년 묵은 게 2년 묵은 것 보다 더 무거웠을 터지만 간절함은 5년짜리가 더했다. 

카를로타 시간다가 고대하던 LPGA투어 첫 우승을 영종도에서 일궜다. 시간다는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파72, 7,275야드)에서 펼쳐진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우승상금 3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재역전의 드라마 끝에 수려한 고려청자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마찬가지로 데뷔 첫 승을 노린 미국의 앨리슨 리를 연장 1라운드에서 꺾고 우승 한을 풀었다. 
경기 중반까지는 카를로타 시간다의 완전한 역전 우승으로 가는 흐름이었다. 2012년 데뷔해 5년째 투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승은 없던 시간다다. 올 시즌엔 지난 6월의 마이어 LPGA 클래식 2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시간다는 선두와 5타 벌어진 8언더파, 단독 4위의 성적으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조편성도 챔피언조 보다 한 조 앞이다. 선두와의 타수차가 많기는 했지만 추격을 벌이기에는 이상적인 조건이었다. 변수는 선두가 어떤 흐름을 보이느냐 뿐. 
단독 선두로 출발한 앨리슨 리는 5번홀을 지나도록 파행진을 거듭했다. 보기가 나오든, 버디가 나오든 뭔가가 터질 상황. 
하지만 심리적 중압감이 앨리슨 리의 발목을 잡았다. 최종 라운드 단독 선두라는 압박을 견딜 준비가 앨리슨 리는 아직 부족했다. 앨리슨 리는 지난 7월 열렸던 마라톤 클래식 2라운드에서도 공동 3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3, 4라운드에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바 있다. 
첫 우승에 대한 중압감은 절호의 찬스에서 반복 됐다. 앨리슨은 6, 7번홀 연속 보기로 심하게 흔들렸고 9, 10번홀 연속 보기로 무너졌다. 7번홀 보기로 앨리슨 리는 시간다와 1, 2위 순위를 맞바꿨다. 
같은 경기조가 아니어서 앨리슨 리가 알 수는 없었겠지만 앞선 홀에서 카를로타 시간다는 무섭게 타수를 줄여 나가고 있었다. 퍼팅이 약하다는 통계도 이날 경기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7번홀까지 4개의 버디로 12언더파를 만들어 놓았고, 그 시각 앨리슨 리가 연속 보기를 범해 단독 선두가 됐다. 시간다는 여세를 몰아 8, 10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비교적 짧은 파5인 5번홀(476야드)에서는 자신의 장기인 장타를 이용해 투온-투퍼트로 버디를 잡았고, 파4 10번홀에서는 10미터 장거리 퍼팅도 가뿐하게 성공시키며 경쟁자들의 기를 죽였다. 
첫 우승에 대한 중압감은 경기 후반으로 가면서 시간다에게도 점차 무게를 더했다. 파4 14번홀에서 세컨샷이 벙커에 빠졌는데, 벙커샷이 벙커턱에 걸리는 실수를 범하며 더블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 들어 2개의 이글이 나왔던, 드라이버샷 원온도 가능한 15번홀(파4)에서 만회를 노려봤지만 이 홀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급기야 16번홀에서 또 보기를 범했고 파5 18번홀에서 다시 보기를 범하며 뒤따르는 앨리슨 리의 처분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다잡은 우승 기회를 놓치나 했던 앨리슨 리는 첫 버디가 15번 홀에 가서여 터졌다. 앞선 홀에서 4개의 보기를 범해 우승에 대한 미련을 떨칠 시점이다. 마음이 편해진 앨리슨 리는 파3 17번 홀에서 버디 하나를 더 만들어 냈다. 그 시각 시간다의 18번홀 보기로 앨리슨이 다시 단독 선수가 된 상황. 
그러나 우승 꿈을 안고 18번홀으로 향하던 앨리슨은 또 다시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린을 향한 3번째 샷이 그린 주변을 맞고 해저드로 빠져 버렸다. 1벌타를 받고 드롭 후 파를 노리는 칩샷을 했지만 공은 홀컵을 외면했다. 2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가까스로 보기 퍼팅에 성공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2012~14년 3년 연속 연장 승부 끝에 우승자를 가렸고 작년에는 연장전 없이 미국의 렉시 톰슨이 우승했다. 
앨리슨 리가 주춤한 사이 김인경(28, 한화), 김민선(21, CJ오쇼핑)이 추격자로 떠올랐지만 시간다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넘볼 정도는 못 되었다. 중국의 펑산산과 김민선이 8언더파로 공동 3위에, 허미정과 브리타니 랭이 7언더파로 공동 5위에 올랐다. 김인경은 5언더파로 공동 10위. 
박성현(23, 넵스)은 초반에는 버디 2개를 낚아내며 기세를 올렸으나 9번홀 보기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11번 보기, 13번 더블보기 등으로 이날만 2타를 잃었다. 최종합계 4언더파로 미국의 렉시 톰슨, 전인지, 아리야 주타누간 등과 함께 공동 13위. /100c@osen.co.kr
[사진] 카를로타 시간다와 앨리슨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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