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3] ‘칠테면 쳐봐’ 허프의 포효, 힘으로 이겼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6 17: 01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모두 노릴 수는 없다. 코스도 나누기 힘들다. 하나를 공략해야 한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상대 선발인 데이비드 허프(30)의 기량을 칭찬했다. 염 감독은 “기본적으로 150㎞의 빠른 공을 가지고 있고, 체인지업이 좋다. 체인지업이 없다면 우타자들에게 맞아 나갈 수도 있지만 30%의 체인지업이 70%의 빠른 공을 살리는 것이다.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의 각도도 좋다”라면서 2차전 역투를 펼친 넥센 에이스 앤디 밴헤켄과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의 평가대로 허프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위력적인 선수다. 체인지업이 헛스윙과 삼진을 많이 유도하는 구종은 아니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 땅볼을 유도하기에는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에 염 감독은 ‘선택과 집중’이 3차전 화두임을 은근히 암시했다. 어차피 2S에 몰리면 공략하기 어렵다는 계산이었다. 다만 경기에 들어가자 말처럼 쉽지 않았다. 허프는 넥센의 적극적인 방망이를 피해가기 보다는 정면으로 승부하며 또 한 번의 좋은 경기를 만들어냈다.

허프는 이날 3차전에서 이날 7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3탈삼진 1볼넷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승리를 따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좋은 투구 내용을 선보였으나 동료 실책이 빌미가 돼 패전을 뒤집어 쓴 허프는 이날 혼신의 투구를 선보이며 역시 적극적으로 맞붙은 넥센 타선을 힘으로 찍어눌렀다. 특별한 투구 패턴의 변화나 새로운 변화구는 없었지만 기세 싸움에서 완승했다. 
타자마다 타석에서의 노림수는 조금씩 달라지만 넥센은 이날 전체적으로 빠른 공에 방망이가 잘 나왔다. 특히 타자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나 동등한 볼카운트 때 허프의 빠른 공 구사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는데 이를 기다리기보다는 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허프의 빠른 공은 여전히 힘이 있었다.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거나 빗맞았다. 혹은 결정적인 순간 들어오는 체인지업의 유혹을 참지 못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 그랬다.
2-0으로 앞선 5회 1사 후 이택근에게 2루타, 김지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2루로 뛰던 김지수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넥센 타선을 잘 틀어막았다. 6회까지 투구수는 80개였다. 결과적으로는 넥센 타자들의 공격성을 역으로 이용한 셈이 됐다.
7회에는 선두 윤석민에게 2루타를 맞아 위기에 몰리기는 했지만 오히려 더 힘을 냈다. 체인지업도 체인지업이지만 혼신의 힘으로 빠른 공을 던졌다. 다소 높게 몰리는 코스의 공도 있었는데 넥센 타자들이 허프의 기세에 눌려 결국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한 끝에 득점 상황이 무산됐다. 허프는 위기를 넘긴 뒤 포효했고, 이 장면은 LG의 승리를 예감케 하고 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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