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연예산책] 유해진이 도저히 믿기 어려운 큰 일을 해냈다. 그가 북 치고 장구 친 코미디 수작 '럭키'가 개봉후 단 3일만에 무려 13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이는 최근 수 년 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절대 (대박 흥행은)안 된다'는 네 가지 불안요소를 모두 포함한 작품이 이뤄내고 있는 흥행 신화다. 영화 제목 그대로 행운이 따른 것일까.
현재 '럭키'의 흥행은 빠르고 강력하다. 갑자기 확 타올랐다가 수그러드는 폭죽 불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훨훨 타오르는 장작불 기세다. 역대 가을 개봉 최고 흥행작 '내부자들'이나 코미디 부문 최단기간 100만 기록 '전우치'와 같은 페이스다.
두 영화는 각각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내부자들’)과 강동원 김윤석(‘전우치’) 등 특급 톱스타들을 주연으로 내세운 화제작들이다. 이에 비해 ‘럭키’는 전혀 다른 기대치의 영화였지만 효과는 그 이상을 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 최고의 작품임을 입증한 셈이다. ‘전우치’에 유해진이 초랭이 역 조연으로 출연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럭키’는 지난 15일 하루 동안 63만 2812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 130만 8729명을 기록했다. 매출과 관객수, 예매율 등 주요 흥행지표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개봉 이후 입소문을 빠르게 타면서 흥행 탄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포인트다. 이 영화가 이렇게 잘 될 것으로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더군다나 영화 관계자 상당수가 꺼리는 흥행의 저주(?)들을 고루 담은 이름뿐인 ‘럭키’(행운)가.
'럭키'가 태생적으로 안은 한국영화 흥행불가의 4대 법칙은 이렇다. 첫째, 제작비 30~40억 사이의 중급 영화는 망한다. 실제로 최근 극장가 흥행에서는 제작비 100억원 안팎의 대작들만이 두각을 나타낼 뿐 중소영화사의 중급 영화들은 발붙일 틈이 없을 정도로 관객 외면을 받았다.
둘째, 명품 조연의 단독 주연은 실패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광해' 류승룡은 '7번방의 기적'으로 천만을 쏘고 당당히 특급 주연배우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기력 최고의 명품 조연들을 원톱으로 내세웠던 영화들은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고 이후 배우의 부진으로까지 이어져 안타까움을 샀다.
셋째, 코미디나 멜로 갖고 대박을 꿈꿔선 안된다. 단지 그뿐일까. 핫한 남녀 청춘스타를 캐스팅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조차도 100만 넘기가 힘들어진 세상이다. 멜로는 최정상 특급배우들이 나서도 흥행이 어렵다. 코미디 역시 '7급 공무원' '수상한 그녀' 등 간간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긴 했지만 대박형 장르는 절대 아니라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었다.
넷째는 우습지만 인기 예능의 저주다. 잘 나가는 스크린 스타들의 예능 출연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TV에서 화제를 모을수록 정작 본업인 영화 쪽 흥행에서 참패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란다. 유해진은 tVN 나영석의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 참바다씨라는 애칭을 얻으며 시청자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덕분에 이번 주 tVN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수상까지 했다. 충무로에서 '칼 잘 쓰기로 소문난' 유해진은 영화계 흥행 징크스들을 한 칼에 날렸다.
'럭키'는 앞에 거론한 네 가지 금기 사항을 완벽하게 갖춘 영화다. 그럼에도 가을 극장가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핵심은 분명하다. 뻔하고 진부한 흥행 패턴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길(장르와 캐스팅)을 가면서 삼박자(탄탄한 시나리오와 안정된 연출 그리고 출연진의 열연)를 갖췄을 때는 관객들이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성수기가 아닌 가을에 첫 주연을 맡은 유해진이 일으킨 흥행 돌풍은 앞으로 영화계의 캐스팅 방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전망이다./mcgwire@osen.co.kr
[사진] '럭키' 포스터
